‘박정희의 功過’ 국내외 학자들에게 듣는다

  • 입력 2005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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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대를 종합 평가하는 대규모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소장 정성화)는 9, 10일 이틀에 걸쳐 서울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 에셀홀에서 ‘박정희 시대와 한국현대사’라는 주제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는 올해 3월부터 매달 두 번째 금요일 ‘박정희와 쟁점들’을 주제로 좌우의 시각을 함께 아우르는 월례 콜로키엄(전문가 토론회)을 개최해 왔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연인원 100여 명이 참석한 이 월례 콜로키엄의 축적된 성과를 바탕으로 외국 학자들까지 대거 초청해 박정희 시대를 종합 평가하는 자리다.

이번 학술대회는 특히 대립적 시각의 학자들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나서 맞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조이제 미국 동서문화센터 수석고문은 ‘박정희 리더십과 한국 근대화’라는 발표문에서 박정희 리더십을 대만의 장징궈(蔣經國),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과 함께 합법성과 인민주권의 테두리 안에서 엘리트가 주도한 ‘연성 권위주의’로 분석했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20세기 한국 경제사·사상사와 박정희’라는 발표문에서 “1966년부터 13년간 박정희 대통령의 참석 아래 매달 개최된 월간 경제동향보고회와 수출진흥확대회의가 한국경제의 대질주를 진두지휘한 쌍두마차였다”며 “박정희 시대는 근대로의 이행과정에서 보편적으로 경과할 수밖에 없는 절대주의와 계몽주의 시대에 해당하며, 박정희는 한국의 마지막 개명군주”라고 주장했다. 한국 근대화가 노동자계층의 희생을 통해 이뤄졌다는 입장의 장상환 경상대 교수가 이에 대한 반박을 펼친다.

한편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민주화운동’이라는 발표문에서 “유신체제는 한국전쟁과 반공주의, 1970년대 미중관계 정상화로 인한 국가 정체성의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폭력적 지배의 정당성을 끌어낸 유사 파시즘”이라며 “이 시기는 자유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가 충돌한 것이 아니라 두 흐름이 국가주의, 안보·성장 담론과 충돌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독재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이에 대한 반론을 펼친다.

기 에르메 프랑스 시앙스포 명예교수는 ‘권위주의와 근대화’라는 발표문에서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산업화는 자유주의 또는 예비적 민주주의의 틀보다는 권위주의적 정치의 틀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객관적 역사분석”이라며 “박정희 모델이나 최근 중국의 모델과 같은 권위주의 모델을 뜻하는 ‘베이징 컨센서스’가 선진국 중심의 ‘워싱턴 컨센서스’에 비해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박정희 시대 정경유착을 경제성장을 위해 국가와 재벌이 상호 볼모가 된 것으로 바라본 데이비드 강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을 유교라는 아시아적 가치의 발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한 전상인 서울대 교수의 논문 등 총 12편이 발표된다. 10일에는 지금까지 콜로키엄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학술총서도 발간될 예정이다. 일반인도 참관할 수 있다. 02-300-1712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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