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밝힐 수 없는 공동체/마주한 공동체’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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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힐 수 없는 공동체/마주한 공동체/모리스 블랑쇼, 장 뤽 낭시 지음·박준상 옮김/184쪽·1만1000원·문학과지성사

파시즘, 나치즘, 스탈린주의처럼 공동체의 이름을 앞세웠던 수많은 근대적 이념은 비극적 파국을 맞았다. 공동체주의는 저주받은 사상인가. 하지만 파시즘과 공산주의(코뮤니즘)와 맞서 싸웠던 미국에서조차 공동체주의는 코뮤니테어리어니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지 않은가.

‘얼굴 없는 사제’로 불렸던 프랑스의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모리스 블랑쇼(1907∼2003)와 정치철학가 장 뤽 낭시(65)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공동체주의를 모색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소통을 통한 뜨거운 정념을 지향하는 공동체주의가 아니고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결핍과 유한성, 진정한 소통 불가능성이라는 메마른 고독을 각성하도록 하는 공동체주의다. 블랑쇼는 이를 ‘연인들의 공동체’라고 부른다. 사랑할수록 양 존재 사이의 건널 수 없는 심연을 깨닫게 해 준다는 점에서.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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