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55년 조선왕조실록 영인본 간행 착수

  • 입력 2005년 10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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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서워하는 바는 하늘과 사관(史官)뿐이다”

조선시대의 한 임금이 말했다던가.

조선시대 왕들에게 있어서 사관이 매일매일 작성하는 역사기록인 사초(史草)는 부단히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채찍과도 같은 기능을 했다.

그 시절에 사관이라는 제도를 두고 절대군주 아래서 수백 년간이나 그 직책의 독립성을 지켜나간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아마도 역사의 기록과 후세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자세가 조선왕조를 500년 동안이나 이어지게 만든 요인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조선왕조가 남긴 ‘조선왕조실록’이 1997년 훈민정음 등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실록은 조선조 태조에서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적 사실을 왕별로 편년체(시대순으로 기록하는 것)로 기록한 역사서로 전체 수량은 2077책에 이른다. 실록의 편찬은 대개 전왕이 죽은 후 다음 왕대에 사초와 승정원일기 등을 기초로 편찬됐다.

실록은 선왕과 당시 신하들의 행적과 이들에 대한 시시비비를 기록한 것으로 사관이 일부 내용을 확인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의 열람도 허용되지 않았다. 특히 군주의 열람은 사관들이 목숨을 걸고 막았다.

초기에는 실록이 편찬될 때마다 금속활자로 4부를 인쇄하여 춘추관 충주 전주 성주의 사고(史庫)에 나누어 보관했다. 임진왜란 때 다른 사고들이 모두 불타 소실되고 오직 전주사고본(本)만 남게 되자 이를 다시 4부씩 만들어 마니산 태백산 묘향산 오대산 춘추관 등에 분산 보관했다. 이처럼 실록은 병화 속에서 소실될 때마다 복사본을 만들어 전국 각지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올 수 있었다.

실록의 가치에 대해 과학저술가 이종호 씨는 한 왕조의 기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작성된 자료라는 점을 지적한다. 내용도 풍부해 정치 외교 군사 제도 법률 경제 산업 천문 지리 민속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 종합 역사서라는 것이다.

실록은 국사편찬위원회가 1955년 10월 6일 영인본 간행작업에 들어가 보급함으로써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해졌다. 지금은 국역에 이어 키워드 검색이 가능한 CD롬으로도 제작돼 연구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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