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54>足(발 족)

  • 입력 2005년 9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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足이 지금은 ‘발’의 뜻으로 쓰이지만, 갑골문에서는 ‘다리’를 형상화했다. 윗부분은 금문처럼 둥근 꼴이 변한 것으로 膝蓋骨(슬개골·무릎 앞 한가운데 있는 작은 접시 같은 뼈)을, 아랫부분은 발(止·지, 趾의 원래 글자)을 상징해, ‘설문해자’의 해석처럼 사람 몸의 아래에 있는 무릎 아래의 다리를 말했다.

하지만 足은 이후 ‘발’까지 뜻하게 되었으며, 畵蛇添足(화사첨족·원래 없는 뱀의 발까지 쓸데없이 그려 넣음)이나 鼎足(정족·솥발)에서처럼 다른 동물이나 기물의 발을, 때로는 山足(산족·산기슭)처럼 山麓(산록)도 뜻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리는 몸을 지탱해 주는 기초였기에 充足(충족)이나 滿足(만족)처럼 ‘충실하다’는 뜻이, 다시 ‘족하다’는 의미가 나왔다. 그러자 ‘다리’는 무릎 아래 다리 전체를 그렸던 또 다른 글자인 疋(발 소·필 필)에 의해 주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足으로 구성된 한자는 다리나 발, 이의 동작과 관련된 뜻을 가지는데, 발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움직임의 상징이자 발에 의해 남겨진 발자취는 시간의 경과와 인간이 걸어온 길을 나타낸다.

먼저, ‘다리’를 뜻하는 경우로, 跏(책상다리할 가)는 다리(足)를 포개(加·가) 앉는 것을, 4(발을 자를 월, (왈,월)과 같은 글자)은 한쪽 다리(足)를 잘라내던 형벌을, 距(떨어질 거)는 커다란(巨·거) 다리가 상징하듯 발걸음 사이가 크게 ‘떨어졌음’을 말한다.

둘째, ‘발’을 뜻하는 경우로, 趾(발 지)는 止(그칠 지)가 ‘발’에서 ‘멈추다’는 뜻으로 쓰이자 다시 足을 더해 만들어졌고, 기(육발이 기)는 발(足)에 발가락이 하나 더 갈라져 나온(支·지) 것을, 路(길 로)는 사람의 발(足)이 이르는(各·각) 곳을 말한다.

셋째, 발과 관련된 행위를 말하여, 躍(뛸 약)은 꿩(翟·적)처럼 폴짝폴짝 ‘뛰어오름’을, 踊(뛸 용)은 속 빈 기둥(甬·용)처럼 곧게 ‘뛰어오름’을, 踞(웅크릴 거)는 오랫동안 살아온(居·거) 것처럼 ‘웅크리고 앉음’을, 蹴(찰 축)은 나아가도록(就·취) 발로 ‘차는’ 것을 말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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