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한가위]高手 3인의 고스톱 비법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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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변영욱 기자
사진=변영욱 기자
《가족들이 모이는 추석 명절, 그 놀이 중 하나로 ‘고스톱’이 빠질 수 없다.

인터넷업체 NH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6명이 올해 설 연휴에 고스톱을 쳤다.

‘이번 추석 때 가족들이 함께 즐길 놀이’를 묻는 질문에도 고스톱이 1위였다.

가족 놀이이지만 잘 치면 재미도 배가된다.

엉뚱하게 치면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고 큰소리가 나기도 한다.

굳이 돈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 간의 웃음을 위해서도 ‘고스톱 비결’을 알아둬야 한다.》

재미있는 고스톱을 위해, 3명의 고수에게서 그 비결을 듣고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돈따는 21계명’도 분석했다. 케이블 바둑TV에서 ‘월드포커투어’의 해설자로 활동하는 펀넷(www.7poker.com)의 이윤희(45) 고문, 게임사이트 ‘한게임’에서 1일 평균 접속자 수 80여만 명의 고스톱 유저 중 5%만 든다는 ‘신(神)’ 레벨의 김근배(28) 씨, 그리고 실제 도박 세계의 경력 10년이 넘는 도박사 이철수(가명) 씨가 조언을 했다.

○자기 감정을 숨기고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라.

너무 평범하지만 3명의 고수들이 맨 처음 꺼낸 이야기는 “게임 중에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것. 자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1계명에도 ‘열 받으면 무조건 진다’ ‘자리 탓을 하지 말라’ ‘작은 점수에 미련 갖지 말라’ 등 감정 조절에 대한 조언이 많다. 이윤희 고문은 “고스톱을 어느 정도 쳐본 사람이라면 속임수를 쓰지 않는 이상 실력은 큰 차이가 없다”며 “운이 따르지 않아도 흥분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가 돌아올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스톱은 수십 판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3명이 칠 경우 승률은 33% 안팎으로 누구에게나 같다. 결국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누가 이길 때 큰 점수로 이기고 질 때 작은 점수로 지는가’에 달렸다.

김근배 씨는 “지는 게임일 때는 당황하지 말고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광박을 면하는 등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였으면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표시하는 것도 한 방법. 오히려 상대방의 심리를 흔들어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다.

감정 컨트롤에 자신이 없다면 인터넷 고스톱을 이용해보라. 김 씨는 “상대가 보이지 않고 돈이 걸리지 않아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고 권유했다. 예의없는 누리꾼(네티즌)을 만나 욕설이라도 듣는다면 인내력을 기르는 연습도 덤으로 할 수 있다.

○점수 내려고 욕심내지 말고 상대의 패가 말리게 하라.

21계명 가운데 고수들이 찬탄한 말 중 하나가 ‘나가리(승부가 나지 않은 채 끝나는 것)를 목표로 쳐라’는 것이다. 고스톱은 공격보다 견제가 중요하므로 상대가 ‘나지’ 않도록 막으면서 기회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 중반 이후 점수 낼 욕심으로 ‘초출(처음 나온 패)’을 치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사항. ‘설사’라도 하면 상대에게 대박의 기회를 안겨주기 십상이다. 중반 이후엔 2장이 깔리는 경우가 많으니 ‘굳은 자’를 쳐 판쓸이를 노리는 것이 요령이다.

상대방을 ‘보초’로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 도박사 이 씨는 “보초란 상대가 날 가능성이 높은 패를 미리 끊어 나머지 2명이 서로 그 패를 내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패를 풀 때 야금야금 먹어 전세를 역전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대의 초구 2장을 기억하고 상대가 먹은 패를 복기하는 것도 능력. 상대가 친 첫 2장에는 그 사람의 전략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따간 패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인지, 떠서 붙은 것인지를 알아도 의도를 파악하기 쉽다. 앞의 상대가 굳은 자를 바로 먹을 경우엔 십중팔구 ‘목적타’ 임을 명심해야 한다.

○강자에게 덤비지 말고 소신껏 게임을 즐겨라

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2에서 심혜진이 ‘앙드레 대교주’ 신해철에게 ‘핑크 레이디’ 이수나를 고스톱으로 이겨 달라고 부탁하자 신해철은 고개를 흔든다. “우리는 이길 수 없다. 저 사람이 특별한 신(비광에 나오는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쓴 사람)의 보호를 받는 게 보이지 않느냐.”

비광 신은 일본의 3대 서예가 중 1명으로 꼽히는 오노 도후(小野道風)를 모델로 한 것이다. 그의 보호가 있든 없든 고스톱의 세계에서는 절대 강자가 존재한다. 이때는 굳이 그를 이기려고 애쓰진 말자. 21계명 가운데도 ‘강적은 피하는 게 상책’ ‘패를 한손에 움켜쥐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특히 부채처럼 패를 펴서 드는 보통 사람과 달리 7장을 포개 쥐는 이들은 위험하다. 도박업계에서 속임수를 쓸 때 그렇게 쥐는 경우가 많다. 도박사 이 씨는 “일반인이 그런 버릇을 지녔다면 상당한 내공을 지닌 고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게임이 풀리지 않으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그래도 안되면 과감히 포기하는 게 중요하다. 김 씨는 “초보들은 ‘크게 한판’만 기다리며 계속 게임을 하다 올인하곤 한다”며 “차분히 때를 기다리기 어렵다면 손을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고문은 “미국의 포커 명언에 따고 일어날 때를 아는 게 ‘훌륭한’ 플레이어이며, 잃고도 일어날 때를 아는 것은 ‘위대한 플레이어이다’란 말이 있다”며 “가족끼리 게임을 즐겼다면 돈을 잃었더라도 웃을 수 있는 게 진정한 승자”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고스톱 싫다고요… 보드게임 어때요▼

명절 가족들이 모였을 때, 윷놀이 등 민속 놀이 외에 보드 게임도 해볼 만하다. 간단한 룰만 알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보드 게임들이 많다.

최근 대중화된 게임 ‘젠가’는 사각막대 모양의 나무 조각을 쌓아 올려서 하나씩 빼내다 무너뜨린 사람이 지는 게임. 평소에 근엄했던 친척 어른이 나무 조각을 빼내려고 긴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한국 전통 놀이인 윷놀이가 원형인 ‘해달별 이야기’ 1, 2도 업계에서 추천하는 게임. 윷놀이 방법을 알면 쉽게 할 수 있는데다 다양한 이벤트나 벌칙 카드를 사용할 수 있어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원 카드’를 해본 사람이라면 금방 할 수 있는 카드식 게임도 많다. 보드 게임의 명품이라 불리는 ‘렉시오’도 이 중 하나. 하얀색 타일의 질감은 마작 패를 떠올리게 하지만 방법은 고스톱보다 간단하다. 1∼15까지 숫자가 있는 4종류의 패를 나눠 가지고 먼저 자신의 패를 다 내려놓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타로카드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달무티’도 게임 방법이 비슷하다. 원 카드와 마찬가지로 빨리 버리면 이기지만 1등이 유리한 면이 있어 역전의 묘미가 크다.

바퀴벌레, 박쥐, 방귀벌레, 쥐, 거미 등 사람들이 싫어하는 생물이 등장하는 ‘바퀴벌레 포커’란 게임도 있다. 웬만한 혐오 동물이 있는 카드를 룰에 따라 상대방에게 넘겨주며 한 종류의 카드를 3장 갖는 사람이 진다. 진 사람은 졸지에 ‘혐오 인간’이 된다.

인터넷 보드 게임 전문쇼핑몰 ‘인터하비’(www.interhobby.co.kr)의 최강욱 팀장은 “보드 게임을 유치하게 여기는 어른들이 많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즐길 수 있어 명절 가족놀이로 좋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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