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한가위]가족 관련 낡은 속담

  • 입력 2005년 9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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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는 선인들의 삶의 지혜와 유머가 담겨 있다.

하지만 여성과 가족 개념의 급격한 변동으로 의미가 더 통하지 않는 속담들도 적지 않다.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속담을 말했다간 ‘간 큰 남자’로 눈총받기 일쑤. 그런 속담들을 모았다.

▽딸 셋을 여의면 기둥 뿌리가 패인다=딸 시집 비용 때문에 집안 살림이 어렵게 된다는 것. ‘딸이 셋이면 문 열어 놓고 잔다’(가져갈 게 없어 문 열고 살아도 된다), ‘딸은 하나도 나쁘고 반(半)은 병신이라네’, ‘딸은 산적(散炙) 도둑’(딸은 친정 제사상 음식까지 가져간다). 하지만 요즘에는 ‘딸 둔 부모는 비행기 타고 아들 둔 부모는 버스 탄다’는 말이 있다.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안한다=아무리 곤궁해도 처가살이는 할 게 못 된다는 뜻. ‘처가살이 십년이면 아이들도 외탁한다’는 것과 유사하다. ‘사위는 백년 손이요, 며느리는 종신 식구다’라는 말도 사위를 어렵게 대하는 처가의 처지를 말한다. 그러나 요즘은 육아나 경제 문제로 처가살이를 자청하는 사위도 많다.

▽여자가 손이 커서 잘된 집안 없다=‘암탉이 울면 집안 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 여자들의 사회 활동이 두드러진 요즘에 특히 ‘낡은’ 속담이다.

▽배 썩은 것 딸을 주고 밤 썩은 것 며느리 준다=배는 썩어도 먹을 게 남으니 딸 주고 밤 썩은 것은 그렇지 못하니 며느리 준다는 것. 요즘 시부모들이 이랬다가는 집안이 시끄러워진다. ‘며느리는 문서없는 종이다’ ‘죽 먹은 설거지는 딸 시키고 비빔 그릇 설거지는 며느리 시킨다’ ‘가을볕에는 딸을 쬐이고 봄볕에는 며느리를 쬐인다’도 이젠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됐다.

▽처가 세배는 살구꽃 피어서 간다=명절 때 처가 인사를 뒤늦게 간다는 뜻. 그만큼 처가를 멀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처가 인사를 게을리 하는 것은 간이 크다는 표시다.

▽집안이 화합하려면 베개 밑 송사는 듣지 않는다=부녀자의 잔소리를 그대로 믿고 따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녀 교육이나 재테크를 아내에게 의지하는 남자가 한 두명이 아니다.

▽열 시앗이 밉지 않고 한 시누이가 밉다=남편의 많은 첩보다 시누이 한 사람이 더 밉다는 뜻. 그만큼 올케와 시누이 사이가 가장 나쁘다는 뜻이다. 요즘에는 자매처럼 지내는 올케와 시누이 사이도 많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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