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TV 전파 私用化이대로 둘 수 없다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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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주연배우가 지나친 간접광고를 위한 무리한 내용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SBS 드라마 ‘루루공주’의 여주인공 김정은 씨는 인터넷을 통해 온갖 상품을 간접적으로 광고하기 위해 이어가는 듯한 드라마여서 연기가 힘들다는 점을 호소했다. 드라마 제목이 협찬사 제품인 비데 이름과 같아 ‘비데 공주’라는 놀림까지 받은 여배우가 나설 때까지 방송사는 무책임하게 ‘광고 같은 드라마’를 내보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과장된 내용이 KBS 1TV ‘수요기획’을 통해 방영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석 달 전 ‘한 중소기업이 전기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만든 외주(外注) 제작사 대표가 해당 중소기업 사장의 친형이라는 것이다. 국민이 세금처럼 내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국가 기간(基幹)방송이 ‘과대 포장한 광고’를 정규 프로그램으로 내보낸 꼴이다.

정연주 KBS 사장은 2년 전 취임사에서 “본질적으로 공중파는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공공성과 공익성이 방송의 생명처럼 중시되는 것은 방송사가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빌려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송사가 특정 기업이나 특정인을 위해 전파를 내주는 것은 국민 재산 횡령과 다름없다.

전파의 일부를 정권의 사유물인 양 친(親)정부적 ‘코드 방송’에 이용하는 것은 방송사의 반(反)국민적 직권남용이다. 그리고 다른 일부를 외주 제작사에 할애해 왜곡된 내용조차 검증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방송법은 ‘광고와 프로그램이 혼동되지 않도록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이 법을 피해 가면서 방송사 수입을 올려 주기 위해 ‘협찬 노출’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 간접광고를 허용할 방침이다. ‘루루공주’의 경우에서 보듯이 지금도 간접광고가 판치는 상황이니 앞으로 전파의 사용화(私用化), 방송의 상업화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국민 전파재산권 침해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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