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의 사회학자,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 데뷔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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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희(古稀)가 된 김경동(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는 문학사상 9월호에 원고지 200장 분량의 중편소설 ‘광기의 색조’를 발표했다.

평생을 사회학과 함께해 온 학자가 전례 없이 늦은 나이에 ‘신진 소설가’로 데뷔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눈길을 끈다. 또한 원로 학자로서 학술원 회원인 김 교수를 둘러싼 우리 사회 최고의 지식인 집단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흥미롭게 읽힌다.

소설에는 은퇴한 지식인들이 나온다. 이들 가운데 재야와 정권의 중심을 오가면서 화려한 출세의 줄타기를 해온 ‘이성주’가 눈길을 끈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 칼럼을 썼다가 해직 기자가 된 그는 각별한 인연을 맺은 김대중 씨가 내란음모죄로 기소됐을 때 함께 실형을 받아 ‘별’을 단다. 김 씨와 함께 미국으로 가 목사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김영삼 씨의 선거를 도우면서 ‘비약의 발판’을 마련해 장관과 대학 총장 등을 거친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소신대로 살다가 업적을 평가받은 민주인사’지만,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이성주’의 친구들이 아는 ‘내막’에 따르면 그는 재야인사 시절 정보기관과 내통하는 관계였다는 것이다.

소설은 정권의 햇빛을 따라다니는 해바라기 지식인들의 행태를 따갑게 질책한다. 대신 한 정치학자에게 진정성이 있었다며 조명을 비춘다. 그는 “비겁하다”고 비판 받았지만 평생 온건중도 노선을 걷다가 대학에서 은퇴한 이다.

문학평론가 이어령 씨는 “‘학문적 실천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평생 업으로 삼아야 했던 사회학자로서 밀도 높은 고민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이성주’와 같은 등장인물에는 구체적인 모델이 있을까. 문학사상사 측은 “독자에 따라 겹쳐 떠오르는 인물이 있겠지만 모델이 있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10년 전에도 ‘사회비평 시’라는 독특한 형식의 시를 선보이면서 데뷔한 시인. “늦은 나이지만 문학적 도전의 폭을 넓혀 보고 싶다고 밝혔다”고 문학사상사 측은 전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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