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현대수묵전 9월 1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 입력 2005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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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황이한이 그린 수묵화 ‘중국 신인류’(2004년). 화폭의 왼쪽 아래에 한국 신세대 가수 문희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전통 회화에 적극 반영한 실험작이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중국 작가 황이한이 그린 수묵화 ‘중국 신인류’(2004년). 화폭의 왼쪽 아래에 한국 신세대 가수 문희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중국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전통 회화에 적극 반영한 실험작이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동아시아 예술의 오랜 전통인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하고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것인지를 모색하는 대규모 전시가 시작됐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중국 광둥(廣東) 성 선전(深(수,천)) 시 선전화원 주최로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지난주 개막한 ‘한중 현대 수묵전’. 수묵화하면 떠오르는 고답적 이미지를 탈피해 현대적 삶의 조건이나 양상과 어울리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양국 작가 40명의 작품이 선보이는 대형 기획전이다. 전통의 수용과 혁신이라는 공통 과제와 씨름하고 있는 한중 양국 수묵 화단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중국 선전은 홍콩과의 왕래가 잦아 근대화와 개발이 빨리 진척된 곳. 중국의 전통적인 기법보다는 서양 사조를 받아들여 형태를 변용하거나 이미지를 강조하는 현대화로 승부를 걸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현대수묵화는 20세기 초 수묵화의 혁신을 부르짖은 일군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가오젠푸(高劍父), 쉬베이훙(徐悲鴻), 린펑찬(林風眠) 등의 작가들은 서양화의 조형 관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묵화의 현대적 재해석을 이뤄냈다.

반가사유상을 현대적으로 그린 한국작가 이민주의 작품 ‘문명의 충돌과 화합’(2003년)도 혁신과 수용이라는 과제를 반영하는 한국 수묵화의 변신을 보여준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1950년대 이후에는 일상생활을 반영하는, 시대성이 깊게 배어 있는 작품들이 등장했고, 1980년대 대외개방정책이 시작되면서 변화된 사회현실과 새로 유입된 문화의 영향으로 중국 현대수묵화에 커다란 변혁이 닥쳤다.

둥샤오밍(董小明), 황이한(黃一瀚), 리화성(李華生), 량취안(梁銓), 류즈젠(劉子建), 웨이칭지(魏靑吉), 사오거(邵戈), 스궈(石果), 퉁중다오(童中燾), 왕촨(王川), 왕톈더(王天德), 우이(武藝), 위샤오강(兪小剛), 장하오(張浩), 정창(鄭强), 저우징신(周京新) 등 20명의 작품이 출품된다. 특히 황이한의 ‘중국 신인류’라는 작품에는 ‘한류열풍’을 반영하듯 한국의 신세대 가수인 문희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한국 측에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현대수묵사의 다양한 지층을 구성해 온 작가 20명의 작품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눠 전시한다. 1950년대 이후 수묵의 현대화와 정체성 모색이라는 역사적 과정의 주요 국면을 통시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인 것.

첫째 그룹은 1960년대 한국화에서 추상의 영역을 확립한 서세옥 신영상 송영방 정탁영 등 ‘묵림회’ 멤버들. 두 번째 그룹은 1980년대 들어 수묵이 지니는 정신성에 가치를 두고 활발히 전개된 ‘수묵화 운동’에 연계된 작가군으로 송수남 홍석창 이철량 문봉선이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그룹은 장상의 송수련 김희영 오숙환 이민주 이은숙 이종목 조순호 조환 등 개별적으로 수묵화 중심의 표현을 꾸준히 천착해 온 작가들이며, 네 번째는 1990년대 젊은 작가 중심으로 형성된 ‘동풍(東風)’의 작가들로 박병춘 유근택 정진용을 들 수 있다.

17일 오후 6시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과 옌산춘(嚴善錞) 선전화원 부원장이 양국 현대수묵화의 역사와 과제, 전망 등에 관해 발제와 토론을 벌이는 세미나가 열린다. 9월 18일까지. 02-2124-8800

허문명 기자 ang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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