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지성]‘성기노출’ 피의자의 권리는…

  • 입력 2005년 8월 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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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MBC TV ‘음악캠프’ 생방송에서 벌어진 남성 성기 노출 사고는 충격이었다. 공중파 방송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고를 두고 시민들은 분노했고 언론은 흥분했다.

그러나 가까이 들이댄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서 애써 얼굴을 가리고 몸을 피하는 그들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권리는 무시돼도 괜찮을까.

헌법은 모든 형사 피의자 피고인에 대해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 따라서 모든 피의자 피고인은 범죄 혐의가 없는 일반 사람들과 똑같이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들이 자신의 얼굴이 방송이나 신문에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누구든지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피의자는 신문과 방송 앞에서 억지로 진술할 의무가 없다. 수사관의 질문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

물론 언론의 취재 열기는 이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저지른 죄를 가볍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은 피의자 피고인을 단죄하는 곳이 아니다.

수사기관인 경찰서 안에서 피의자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도 문제다. 경찰은 피의자를 수사하는 동시에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과 수사기관은 모든 인간의 신체와 사생활과 비밀을 존중해야 한다는 헌법적 가치를 돌이켜 봐야 한다. 그 가치는 특정 상황이나 사안, 개인의 지위에 따라 예외적으로 적용되거나 유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범죄나 피의자 피고인들을 당시의 윤리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경우라도 그들이 가진 최소한의 권리를 존중하고 법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이제 우리의 사법기관도 피의자들에게 자신이 원치 않는 인터뷰를 거부할 수 있다고 말해 줘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언론도 피의자가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가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그 뜻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전지성 사회부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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