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북스]‘리더십 바이러스’…인내-관용의 리더십

  • 입력 2005년 6월 11일 03시 27분


코멘트
◇리더십 바이러스/김우형 김영수 조태현 지음/218쪽·1만 원·고즈윈

“그 양반…, 사장 되고 나더니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 부장 때만 해도 부하에게 먼저 인사할 정도로 부드러운 사람이었는데…. 요즘 오너 신임이 두텁다고 하자 더욱 거드름을 피우는 것 같아.”

직장인들이 흔히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그들의 사장은 오만한 독재자로 바뀌는 병(病)에 걸린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리더십 바이러스’라는 병균이 이런 병을 퍼뜨린다고 가정했다. 발병 원인과 치유책도 제시하고 있어 ‘꽤 참신한 발상’에서 나온 책으로 보인다.

경영 컨설턴트인 3명의 공동 저자들은 기업현장에서 컨설팅을 하며 적잖은 최고경영자(CEO)가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리더가 되면 대체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인기에 민감해지며 직원들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듣고 상황에 따라 말을 쉽게 뒤집는다. 고집이 세지고 반대의견이 나오면 상대방이 항복할 때까지 입씨름을 벌인다.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하에게 돌린다. 자기는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하는데 부하들은 감시하지 않으면 게을러진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책임감(Responsi-bility), 권한(Authority), 비전(Vision)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책임감(R)을 부담감으로, 권한(A)을 권력으로, 비전(V)을 개인적 야망으로 변질시키는 ‘리더십 RAV 바이러스’에 쉽사리 감염되는 것이다.

이스라엘 초대 왕인 사울은 왕이 되기 전에는 겸손한 인물이었지만 왕이 되자마자 두려움과 부담감 탓에 성격이 급변했다. 왕위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던 다윗에 대한 질투와 증오를 불태우다 마침내 자결하고 만다.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도 마찬가지였다. 탁월한 리더십과 비전, 군사들과 숙식을 함께한 겸손함으로 존경을 받던 궁예는 왕권을 잡은 뒤엔 초심을 잃었다.

RAV 바이러스를 박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직원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이 변형되면 부담감이 되므로 어느 정도 초연해져야 한다. 그러면 상호 ‘신뢰’란 항체가 생겨 조직이 튼튼해진다. 권한이 권력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면 ‘겸손’이란 항체가 생성된다. 비전이 야망으로 바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리더는 자신을 소멸시켜야 한다. 그 결과 오히려 ‘창조’ 항체가 형성된다.

RAV 바이러스와 싸워 이긴 리더는 인내심과 관용정신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를 따르는 조직원들은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마침내 그 리더와 조직은 성공점에 도달한다. 이 책은 여러 가상인물을 내세워 소설처럼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덕분에 리더십 이론을 재미있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지금 리더 자리에 앉은 분은 결재 받으러 온 부하가 진정으로 상사를 존경하며 머리를 조아린다고 생각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 그것이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으리라. 자신도 리더십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음을 자각하면 곧 치료에 나서야 한다. 병이 깊어지면 리더 자신도, 조직도 망한다.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