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권장도서 100권]<30>감시와 처벌-미셸 푸코

  • 입력 2005년 5월 6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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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의 탄생’이라는 부제가 붙은 푸코의 ‘감시와 처벌’(1975)은 좁은 의미에서는 형벌의 이론과 제도에 대한 저자의 역사적 성찰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이 책은 근대적 감옥의 출현과 함께 도입된 규율, 훈련, 교정, 관찰 등의 방법이 감옥 밖의 사회에서 어떻게 권력의 기술로 작용해 왔는지를 치밀하게 규명한 책이다.

푸코는 ‘부르주아에 대항하는 프롤레타리아의 계급투쟁’이라는 마르크스주의적 관점과는 다르게 ‘근대세계와 인간 착취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권력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전에 그의 작업은 광기에 대한 이성 중심 사회의 탄압(‘광기의 역사’), 에피스테메 혹은 인식구조의 시대적 변화(‘말과 사물’), 병원과 의학의 사회사(‘진료소의 탄생’) 등을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감시와 처벌’에 이르러서는 권력의 정체와 구조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푸코는 권력을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일방적인 관계로 보지 않았고, 권력자가 독점할 수 있는 소유의 대상으로 보지도 않았다. 그는 권력을 한 사회 안에서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게 작동하는 인간 지배의 기술과 전략으로 인식했으며, 권력의 전략적 목표를 인간의 신체로 파악했다.

가령 왕권시대의 권력이 신체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나 고문과 같은 공포의 행위로 권력의 존재를 과시하는 것이었다면, 근대의 권력은 감옥의 제도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감추면서 신체를 부드럽게 통제하고 지배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처벌 방식의 변화는 계몽주의 시대인 18세기 말에 개혁자들이 죄수에게 가혹한 형벌을 부과하는 것보다 감금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죄수를 처벌하고 교화시키는 방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푸코는 처벌의 이러한 개선이 ‘죄수에 대한 인간적 처우를 개선해야겠다’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의 기술이 근대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인간에 대한 권력의 ‘부드러운’ 지배의 방법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산출하는 경제적 통제 방법이기도 하다. 대혁명 직후인 18세기 말에 감금이라는 형벌제도가 도입되면서 근대적 감옥이 탄생한 것은 그런 논리에서 해석된다. 근대적 감옥의 대표적 형태는 판옵티콘(일망 감시장치로 만들어진 원형감옥)인데, 이것은 중앙의 감시자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모든 죄수를 감시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감옥 안에서 이러한 감시자와 죄수들 사이의 관계는 감옥 밖의 사회에서 권력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가령 학교에서 학생들의 동작과 활동이 온갖 시험의 장치 속에서 세밀히 규제되고 기록되는 과정을 통해 학생은 규율에 길들여지고 순응한다. 군대나 공장의 엄격한 규율과 통제의 장치 속에서 군인과 노동자들이 예속화되는 현상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규율을 내면화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므로 오늘날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표면적으로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우리의 신체가 규율과 훈련에 길들여져 있을 뿐 아니라 미세한 정보의 그물 속에서 일상의 모든 것이 낱낱이 기록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인간의 자유와 저항의 가능성이 과연 어디까지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생근 서울대 교수·불어불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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