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91>毛(털 모)

  • 입력 2005년 4월 2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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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해자’에서는 毛를 ‘눈썹이나 머리칼 및 짐승의 털’이라고 했는데, 毛髮(모발)은 바로 이런 뜻이다. 毛의 가운데 선의 아랫부분은 털의 뿌리(毛根·모근)를, 중간은 줄기(毛幹·모간)를, 윗부분은 끝자락(毛梢·모초)을 그렸고, 양쪽으로 갈라진 획은 펼쳐진 털의 모습이다.

머리칼이나 짐승의 털은 대단히 가늘다. 지금은 ‘나노섬유(nanofiber)’처럼 10억분의 1m 두께라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가늘고 섬세한 섬유가 개발되었지만 그 전에는 이런 털이 인간이 볼 수 있는 가장 가는 존재였다. 이로부터 毛에는 ‘털’과 모직물은 물론 대단히 작다는 의미가 담겼다.

먼저 취(솜털 취)는 毛가 셋 모여 털이 여럿 자라나는 모습을 그렸으며 이로부터 새나 짐승에게서 돋아나는 ‘솜털’의 뜻이 나왔다.

둘째, 毫(가는 털 호)는 高(높을 고)의 생략된 모습과 毛로 이루어져 ‘높게 자란 털’을 말했고, 키가 큰 털일수록 더 가늘게 보이기 때문에 대단히 작은 물건이나 그런 것을 재는 척도나 단위를 말하게 되었다. 옛 문헌에 의하면 10絲(사)를 1毫, 10毫를 1r(리)라 했다.

또 耗(줄 모)는 원래 소전체에서 禾(벼 화)와 毛로 이루어져 수확한 곡식(禾)이 대단히 적음(毛)을 말했는데 한나라 예서 이후 禾가 (뇌,뢰)(쟁기 뢰)로 바뀌었다. 그것은 쟁기질을 적게 할 때 수확이 감소된다는 의미를 담았으며, 이로부터 ‘줄어들다’는 뜻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消費(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살지만 생산이 부족하던 옛날에는 절약이 미덕이었고 써 없애는 소비는 가능한 한 줄여야 하는 대상이었다. 그래서 消耗에는 써서 사라지고(消) 줄어든다(耗)는 경계의 뜻이 담겼다.

셋째, 털로 만든 제품을 뜻하는 경우로 담(담요 담)은 털(毛)로 만들어 따뜻하게(炎·염) 해 주는 이불을, 氈(모전 전)은 털로 짠 모직물을, 모(깃대 장식 모)는 깃대(b·언)에 단 털 장식물을 말한다. 또 s은 筆(붓 필)의 간체자인데, 손에 붓을 든 모습(聿·율)을 붓 봉을 뜻하는 毛로 바꾸어 만든 글자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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