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동극 무대 서는 박·정·자

  • 입력 2005년 3월 22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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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정동극장
사진제공 정동극장
연극계 간판배우 박정자 씨가 처음으로 어린이극 무대에 선다.

다음 달 15일부터 한 달간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우당탕탕, 할머니의 방’. 국내에서도 5만 부 이상 팔려나간 독일의 인기 그림책 ‘우당탕탕, 할머니 귀가 커졌어요’(비룡소)를 각색해 만든 초연 작이다.

박정자라는 명배우와 ‘꼽추, 리처드 3세’ 등 정통 연극을 무대에 올려 호평 받은 중견 연출가 한태숙 씨, 그리고 인기 타악그룹 ‘공명’이 뭉쳐 만든 이 연극을 놓고 연극계에서는 벌써부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동극 블록버스터’라는 말이 나돌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명배우-중견 연출가의 ‘블록버스터 아동극(?)’

“에구머니나! 이게 뭐야! 으아아악∼.”

18일 오후, 대학로의 ‘우당탕탕…’ 연습실. 70대 할머니 역의 박 씨가 방바닥에 끌릴 만큼 귀가 늘어나버린 자신의 모습에 놀라는 연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특수 분장도 없이 몸짓으로 흉내만 냈을 뿐인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절로 떠오르는 실감나는 연기 덕분에 연습실 여기저기서 키득 키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연출가 한 씨는 “실제 무대에서는 특수 분장으로 1m 이상 늘어났던 귀가 나중에 순식간에 줄어들게 된다”며 “아마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할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가 맡은 역은 잘 투덜대고 심통도 사납지만 알고 보면 속마음은 따뜻한, 귀여운 할머니다. 어느 날 위층에 이사 온 아이들이 쿵쿵 뛰어다니자 시끄럽다고 윽박지르고, 겁에 질린 아이들은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자 할머니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만 낫는 병’에 걸리게 되고 귀가 자꾸자꾸 커진다.

‘우당탕탕…’은 혼자 사는 할머니를 통해 ‘소음’이라는 도시 문제에 할머니의 소외 등 사회 문제를 슬쩍 녹여낸 작품이다.

● “애들도 명배우 연기 볼 권리 있죠”

“일곱 살 때 처음 연극을 봤어요. 제목이 ‘원술랑’이었는데 지금도 장면들이 생생해. 그때 내가 연극을 통해 느낀 감동의 ‘선물’을 이제 할머니 나이가 돼서 아이들에게 되돌려 주고 싶어. 그래서 어린이극을 하게 됐지요.” (박정자)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본 김동원 씨의 ‘햄릿’이 기억에 남아요. 얼마나 흥분되고 좋았는지. 마찬가지로 요즘 아이들도 ‘박정자’라는 명배우가 하는 원숙한 연기를 볼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태숙)

두 사람은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간직할 수 있는, ‘연극에 대한 좋은 기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줄곧 정통 연극을 해 온 두 사람에게 어린이극은 새로운 도전일 터.

“아이의 심리를 쥐었다 폈다 해야 하는데, 어린이 관객은 처음이라 걱정되죠. 템포를 어른 연극보다 빠르게 가져가고 있어요.” (한태숙)

“처음으로 ‘인형 배우’와 공연하게 됐죠. (웃음) 10개의 인형이 나오는데, 그 사이에서 내가 잘 ‘노는 게’ 중요해. 그만큼 내가 자유로워져야지….” (박정자)

5월 15일까지. 화 수 목 오후 4시, 금 토 일 3시 5시. 2만∼3만 원. 02-751-150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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