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대를 깔보는 정치” VS “日 애국자가 나라 망쳐”

  • 입력 2005년 3월 8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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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일수교 40주년을 맞아 양국이 선포한 ‘한일 우정의 해’. 그러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배상요구 발언으로 양국관계는 냉랭하기만 하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와 ‘용사마’ 열풍 등 한류(韓流)를 타고 온 훈풍도 무색할 지경이다. 과연 한일관계는 ‘가깝고도 먼’이라는 이율배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동아일보 사장과 통일부총리를 지낸 권오기 울산대 석좌교수와 아사히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논설주간의 대담을 정리한 ‘한국과 일본국’(샘터)은 이런 숙명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그 답은 자기반성을 토대로 서로를 복안(複眼·곤충의 겹눈)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권 교수는 1963년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해 한일수교 과정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외상을 통해 겹눈으로 양국 관계를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며 “한국인의 시각에 일본은 늘 단수(單數)일 뿐”이라고 그 맹목성을 비판했다.

와카미야 논설주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일본이 미국의 한 주로 편입됐다면 물질적 풍요를 누린다 하더라도 영어로 미국사를 배우고 이름도 미국식으로 바뀌었을 텐데 과연 ‘미국은 좋은 일도 해줬다’고 감사할 수 있겠는가 라며, 20세기 전반 아시아 식민시대에 대한 일본의 잘못된 인식을 비판했다.

권 교수는 “일본은 근대화의 물결을 만났을 때 자각적 자기 개혁을 했다”며 “한국은 자기 개혁을 통해 근대화를 쟁취한 것이 아닌데도 오래 전부터 이를 해온 듯 착각하면서 상대를 깔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한국의 정치상황을 ‘데자뷰(기시감·旣視感)의 정치’라고 말한다.

와카미야 주간은 그런 애정 어린 비판이야말로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라며 “한국에서는 매국노가 나라를 망쳤으나 일본에서는 애국자가 나라를 망쳤다”고 일본의 왜곡된 애국심이 빚어낸 폐해를 지적했다.

이 책은 와카미야 주간의 초청으로 2003년 10월부터 9개월간 4회에 걸쳐 진행된 대담을 정리한 것으로 지난해 일본에서 먼저 출간됐다. 한국어 번역은 이혁재 조선일보 수원취재팀장이 맡았다.

북한 문제, 한일관계 정상화, 스포츠 교류, 한국의 역대 정권, 반미와 친미 등 전방위적 주제들을 놓고 펼쳐진 대담을 통해 베테랑 언론인들의 풍성한 취재담과 통찰력도 엿볼 수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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