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_리뷰]첫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 입력 2005년 3월 1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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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개되는 첫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뮤지컬(musical)’이라는 장르가 왜 ‘뮤직(music·음악)’이라는 말에서 출발했는지를 새삼 확인시켜준다. 아울러 ‘음악은 인간 공통의 언어’라는 사실도.

이 작품은 54곡의 노래로만 진행된다. ‘대사 없이 노래만 하는데(그것도 프랑스어로!)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은 버려도 좋다. 귀에 착착 감겨드는 멜로디와 호소력 넘치는 노래를 듣다 보면 프랑스어는 음악을 위해 존재하는 언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니까.

특히 꼽추 콰지모도, 장교 페뷔스, 주교 프롤로가 각각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해 사랑을 노래하는 3중창 ‘벨(Belle)’, 음유시인 그랭구아르가 부르는 ‘대성당의 시대’, 콰지모도가 죽은 에스메랄다를 끌어안고 절규하듯 부르는 마지막 곡 ‘춤추어라, 나의 에스메랄다여’는 극장 문을 나선 후에도 오랫동안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로 대변되는 영어권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신선한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다.

같은 원작으로 만든 디즈니 뮤지컬 ‘노트르담의 꼽추’가 단순한 선악 구도 속에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 작품은 유럽의 역사와 철학을 노랫말 속에 풍성히 담아냈다. 여기에 세련된 색감의 조명, 극도로 절제된 무대 디자인, 역동적인 안무는 1998년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1000만 명이 넘게 관람한 이 작품이 왜 ‘프랑스 뮤지컬의 자존심’으로 꼽히는지 알려준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현란한 세트와 달리 이 작품의 무대는 단순하다. 고정 세트라고는 배경으로 세워진 노트르담 성당을 상징하는 대형 구조물뿐. 하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가장 좋은 무대란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넓은 무대를 채우는 것은 16명의 무용수와 애크로배틱 연기자가 뿜어내는 폭발적인 에너지. 특히 현대무용 공연을 보는 듯한 무용수들의 춤은 무대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다만, 앞좌석의 경우 노래를 할 때 반주음악 중 저음(베이스)의 울림이 너무 강하게 들린다.

프랑스 초연부터 연출을 맡은 질 마으 등 오리지널 제작진이 내한해 펼치는 이번 공연의 캐스팅은 모두 나무랄 데 없지만 관객들에게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는 것은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리샤르 샤레스트)다. 일부 배역은 대역이 출연하나 미리 스케줄을 알 수 없는 것이 흠.

누군가 올해 단 한 편의 뮤지컬을 볼 계획이라면, 이 작품을 권하고 싶다. 20일까지. 4만∼25만 원.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02-501-1377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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