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55>卜(점 복)

  • 입력 2005년 1월 18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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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나라 때에는 거북딱지에 홈을 파고 이를 불로 지져 갈라지는 모습으로 길흉을 점치던 거북점이 유행했는데 卜은 그 갈라진 모습이다. 그래서 卜에 ‘점치다’는 뜻이 생겼고 그 흔적은 단단한 거북딱지의 특성 때문에 직선으로 곧게 나타나기에 ‘곧다’는 의미도 생겼다.

하필이면 거북딱지로 점을 쳤는가에 대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거북은 1000년을 산다는 장수의 동물이자 몇 년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신비의 동물이기에 어느 동물보다 신의 뜻을 잘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을 것이다. 또 亞(버금 아)자 형을 한 거북의 배가 상나라 사람들이 생각했던 땅의 모습이어서 땅 위의 모든 일을 계시해 줄 수 있다는 생각도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은 신의 힘을 빌려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백성들을 통치하는 주술적 행위이자 수단이었을 것이다. 일의 결정을 위해 일정한 점복 의식을 거행한 후 갈라진 흔적(卜)을 보고 그에 대한 신의 계시를 말(口·구)로 풀이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占(점칠 점)이다.

이외에 外(밖 외)와 貞(곧을 정)도 卜과 더 밀접한 의미적 관계를 가지지만 현행 옥편에서 각각 夕(저녁 석)과 貝(조개 패) 부수에 귀속시켜 놓았다.

사실 外는 밤(夕)에 출타할 때 치렀던 점(卜)에서 연유한 글자다. 인간의 활동이 밤까지 확대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며, 옛날에는 해가 뜨면 나가 일하고 해가 지면 들어가 잠을 잤다. 그래서 밤은 인간의 활동이 정지되던 시간대였다. 하지만 긴급한 일로 부득이하게 출타해야 할 때에는 그 여부를 점으로 묻곤 했는데 그것이 外이다.

또 貞은 원래 卜과 鼎(솥 정)으로 구성되었는데 鼎은 불을 때 음식을 익히던 대표적인 조리기구다. 그래서 鼎은 거북점에서 흔적(卜)이 갈라지도록 지지는 불을 뜻하는 의미부 겸 소리부이다. 이후 형체가 비슷한 貝로 변해 貞이 되었지만, ‘곧다’는 의미는 여전히 卜에서 결정된다. 그렇다면 貞은 卜부수에 귀속되어야 더욱 합리적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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