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과거 합격자 ‘서울 편중’

  • 입력 2004년 12월 19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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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과거시험 합격자의 서울 편중현상이 심각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원명 서울여대 사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 연구’(국학자료원)에서 1만4620명의 문과 급제자 중 거주지가 확인된 인원 1만2792명의 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5502명(43.1%)이 서울 거주자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1789년 정조시대 조사에 따르면 서울 인구(18만9153명)는 전국 인구(740만3606명)의 2.55%에 불과했다. 결국 전체 인구의 3%가 안 되는 서울에서 문과 급제자의 43%를 차지한 셈이다.

이 교수는 송준호 전북대 명예교수와 에드워드 와그너 전 하버드대 교수(2001년 작고)가 2002년 공동 발간한 ‘보주 문과 방목 CD롬’을 바탕으로 문과 급제자들의 본관(성관)과 거주지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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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급제자들의 성관 편중 현상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수록된 전체 성관 4477개 중에서 문과 급제자를 1명 이상 낸 성관은 664개(14.8%)였고, 10명 이상을 낸 성관은 199개(4.4%)였다. 특히 10명 이상 문과 급제자를 낸 ‘주요 성관’ 출신이 전체 급제자의 90.8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전체 성관의 5% 미만에서 90% 이상의 문과 급제자를 배출한 셈이다.

이 교수는 특히 전체 급제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9개 ‘주요 성관’ 출신 급제자의 거주지를 집중분석했다. 그 결과 서울, 정주, 안동, 충주, 상주, 청주 등 17개 지역 거주자가 전체의 65.11%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편중 현상이 심각했음이 드러났다. 조선시대 전국 군현은 330곳으로 이중 문과 급제자를 1명이라도 낸 곳은 절반가량인 162곳이다. 주요 성관출신 문과 합격자의 거주지를 도별로 나눠보면 서울(45.9%)이 단연 많았고 경상(13.2%) 충청(10.4%) 경기(8.7%) 평안(8.35%) 전라(7.8%) 강원(2.43%) 함경(1.84%) 황해(1.28%) 순이었다.

이 교수는 또한 세기별로 성관별, 지역별 문과 급제자의 순위 변동도 추적했다. 그 결과 문과 급제자의 성관 중 10대 성관 출신의 급제자 수가 후대로 갈수록 더 늘어나고, 거주지별로 봤을 때는 서울 거주자의 급제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이 드러났다.

이 교수는 “귀족사회였던 고려시대에는 거주지가 큰 의미가 없었으나 관직사회인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서울 중심의 집중화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성관`의 세기별 급제순위
순위12345678910
15세기안동 권광산 김문화 유진주 강밀양 박창령 성전의 이여흥 민광주 이경주 이
16세기 전반광산 김안동 권광주 이전주 이안동 김진주 강경주 김파평 윤여흥 민전의 이
16세기 후반전주 이안동 권파평 윤남양 홍청주 한진주 강안동 김광산 김여흥 민동래 정
17세기 전반전주 이청주 한남양 홍안동 권안동 김파평 윤밀양 박전의 이연안 이광산 김
17세기 후반전주 이안동 권파평 윤밀양 박연안 이광산 김청주 한여흥 민반남 박청송 심전의 이
18세기 전반전주 이파평 윤남양 홍안동 권반남 박청주 한밀양 박한산 이광산 김안동 김
18세기 후반전주 이남양 홍연안 이청주 한안동 김파평 윤밀양 박안동 권청송 심풍양 조
19세기 전반전주 이안동 김남양 홍안동 권청주 한풍양 조반남 박연안 김대구 서파평 윤
19세기 후반전주 이안동 김파평 윤여흥 민남양 홍여안 이풍양 조광산 김반남 박청주 한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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