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소프트 파워’…대화의 ‘소프트 파워’ 잃었다

  • 입력 2004년 12월 17일 16시 32분


코멘트
◇소프트 파워/조지프 S 나이 지음 홍수원 옮김/291쪽 1만 4000원 세종연구원

아무도 지금의 미국이 최고의 파워를 지닌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터키는 이라크전쟁 당시 미군에 공군기지를 제공하지 않았고 전 세계적으로 ‘반미’의 소리는 높아만 갈까.

다른 나라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국의 매력이 소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매력이 바로 하드 파워(hard power)에 상반되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다.

하드 파워가 군사력과 경제력이라는 채찍과 당근으로 상대가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힘이라면 소프트 파워는 상대방을 매력으로 끌어들이고 설득해서 자신의 목적을 상대방이 따르게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능력이다.

그것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포괄하는 문화일 수도 있고 국가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의 정당성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소프트 파워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국제정치학계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이론가인 저자는 냉전이 해체되던 1990년 ‘이끌 수밖에 없는(Bound to Lead)’이라는 책에서 소프트 파워라는 단어를 처음 제시했다.

냉전의 해체는 한 국가의 파워에서 군사력의 중요성을 낮추고 경제력의 비중을 높였다. 당시 격심한 경제 불황과 재정 적자를 겪던 미국으로서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과 유럽의 경제력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많은 학자가 미국은 과거와 같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당시 저자는 미국의 소프트 파워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세계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리는 미국의 하드 파워가 끌어냈지만 이후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미국의 문화, 특히 대중문화와 민주주의, 인권, 개방성 등의 가치, 즉 소프트 파워였다. 또 미국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적절히 혼합해 냉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오만에 빠져 하드 파워에만 의존해 소프트 파워를 경시해 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또 미국은 자신이 내세운 가치에 부합되지 않는 행동도 해 왔다. 이라크전쟁에서 이라크인 포로에게 행한 고문과 악행은 인권을 중시한다는 미국의 가치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저자는 글로벌 정보화시대의 파워는 3단계 체스게임과 비슷한 패턴이라고 본다. 각 단계는 군사력, 경제력, 그리고 소프트 파워가 좌우한다. 체스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각 단계의 파워를 골고루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군사력에만 의존해 세계의 불신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빈틈없는 파워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조화에서 나온다고 주장하면서 미국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경구를 인용한다.

“큰 몽둥이를 가지고 있으니 이제 부드럽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