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본 2004 문화계…5대 대박 상품<上>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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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태극기 휘날리며’ ‘7080 콘서트’ ‘파리의 연인’ ‘조승우’. 2004년 대중들이 폭발적으로 소비한 ‘대박’ 문화 상품들이다. 로버트 랭던 박사와 함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고, ‘샌드페블즈’의 철 지난 노래 ‘나 어떡해’에 열광하며, 주말 저녁에는 박신양의 명대사 “애기야”에 시름을 잊었던 한 해였다. 이들 대박 상품들은 ‘메가 베스트셀러’ ‘7080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거나 ‘최단기간 1000만 명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풍성한 뒷이야기를 남겼다.》

1 다빈치 코드

올해 문학 출판계에서 가장 큰 대박상품은 단연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였다.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후손을 두었으며, 이 같은 비밀을 지키기 위한 조직이 현존하고 있다는 설정 하에 예술과 종교의 감춰진 세계를 추리기법으로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올해 6월 말 국내에서 출간돼 12월 초까지 100만 부(전 2권·50만 질) 판매를 넘어섰다. 이 소설은 현재에도 베스트셀러 집계 1위를 고수하고 있어 내년까지 그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컬럼비아 영화사가 최근 “2006년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다빈치 코드’는 이 책의 내용에 반론을 제기하는 기독교계의 책 등 관련서적까지 덩달아 팔리게 하는 등 여진을 불러 일으켰다. 소설 내용과 기독교적 사실, 신학적 학설을 비교한 ‘다빈치 코드 깨기’가 최근 국내에 번역됐으며, 이에 앞서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다빈치 코드의 진실’ 등 막달라 마리아의 삶을 다룬 책들도 잇따라 나왔다.

한편 이 소설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후 12월 현재 미국에서만 1000만 권이 팔려나가 미국 출판사상 단행본으로는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 권 판매를 돌파했다. 세계적으로는 42개국에서 2000만 부가 팔려나갔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2 태극기 휘날리며

올해 국내 영화계의 가장 큰 ‘물건’은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장동건 원빈 주연)였다. 2월 5일 개봉된 이 영화는 개봉 39일 만에 1000만 명 관객을 넘어 역대 국내 개봉 영화 중 ‘최단기간 1000만 명 돌파’ 영화로 기록됐다.

이는 ‘실미도’가 갖고 있던 종전 기록을 19일 앞당긴 것. 마케팅 비용 23억원을 포함해 총 17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6월까지 장기 상영되면서 1170만 명의 관객(최종)을 모아 ‘역대 최다 관객’ 기록도 남겼다. 전국 15세 이상 인구 3500만 명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이 이 영화를 본 셈.

해외 판권과 부가수입을 제외하고 제작사(강제규필름)와 투자사(쇼박스)가 국내 극장에서 챙긴 수익만 해도 180억 원을 넘어섰고 일본과 미국, 동남아 각국에도 수출됐다. 한국은행은 5월 ‘태극기 휘날리며’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으면서 이 영화가 연간 2343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태극기 휘날리며’의 빅 히트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영화계는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영화 제작·투자사 아이엠픽쳐스가 최근 발표한 ‘2004년 영화시장 분석 및 한국영화 투자·제작 현황’에 따르면 올해 개봉작 가운데 단 1원이라도 흑자를 낸 영화는 전체의 37%인 25편에 불과했다. 3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소위 ‘대박’ 영화도 5편으로 지난해 12편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3 7080 콘서트

2004년 대중가요 콘서트는 추억을 먹고 살았다.

‘로커스트’ ‘샌드페블즈’ ‘라이너스’ 등 1970, 80년대를 구가했던 캠퍼스 밴드와 구창모, 김수철 등이 출연한 ‘7080 콘서트’는 40, 50대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7080시절에 대한 향수가 촉발된 계기는 1월 25일 KBS1 ‘열린음악회’ 설 특집에서 ‘추억의 그룹사운드’ 편이 방영된 것.

이를 발판으로 4월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7080콘서트’라는 이름의 첫 무대가 마련됐고, 이후 전국 16회 공연에 16만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7080 콘서트’의 성공을 “기성세대의 문화적 역습”이라고 표현했고, 이 콘서트를 기획한 컬처피아의 황규학 대표는 “그 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갈망하는 40대의 목마름 때문”이라고 인기이유를 분석했다.

‘7080 콘서트’ 이후 7080 포크 음악 콘서트인 ‘추억의 낭만콘서트’와 ‘축제, 백 투더 캠퍼스’가 잇따라 열렸고, 그룹사운드 ‘벗님들’의 가수 이치현과 듀엣 ‘어니언스’의 이수영은 새 음반을 냈다. 바람은 방송과 타 공연 장르에까지 옮겨갔다.

KBS 1TV는 ‘콘서트 7080’이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가을 개편부터 방송하고 있으며 SBS TV도 10월 ‘낭만콘서트’를 마련했다. 7080시절에 인기를 모았던 스웨덴 출신의 보컬그룹 ‘아바’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도 1∼4월 중장년층의 주목을 받았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4 파리의 연인

2004년이 고단했던 만큼, 사람들은 꿈같은 이야기 ‘파리의 연인’에 열광했다. “대통령도 못 준 희망을 국민들에게 안겨준 드라마”라는 극찬을 하면서.

6월12일부터 방영된 SBS ‘파리의 연인’의 시청률은 꾸준한 상승 끝에 8월15일 마지막 방송에서 56.3%를 기록, MBC 대장금(55.5%)을 제치고 올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TNS 미디어코리아 집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최근 발표한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드라마’에서도 1위로 선정됐다.

‘파리의 연인’은 가난한 영화학도 강태영(김정은 분)이 굴지의 자동차회사 사장인 한기주(박신양)와 그의 조카 윤수혁(이동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고민에 빠진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이야기 구조는 동화 같지만 겉돌지 않는 연기와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현실을 잊게 했다”고 평가했다.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등은 지금도 오락 프로그램에서 따라하는 명대사이고 박신양이 극중에서 부른 노래 ‘사랑해도 될까요’는 휴대전화 벨소리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다. 총 20회인 드라마의 광고 순수입은 45억3000여 만 원.

그러나 지나친 간접광고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는 등 ‘파리의 연인’이 아니라 ‘광고의 연인’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받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5 조승우

올 여름 공연계의 최대 인기상품은 단연 ‘조승우’였다.

조승우(24)가 주연을 맡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어둡고 무거운 내용인 데다 국내 초연이라는 한계를 안고 무대에 올려졌음에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박을 터뜨렸다.

지킬과 하이드의 1인 2역을 능숙하게 해낸 조승우의 열연에 힘입어 ‘지킬 앤 하이드’는 전 회 기립박수와 함께 평균 객석 점유율 98%를 기록하며 올해 최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4년 한국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추가로 일정이 잡힌 공연의 경우에도 홈페이지에 공지가 뜨자마자 R석은 10분, 전 좌석이 1시간 만에 표가 동났다. 심지어 유명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추가공연 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승우 열풍은 23일 시작하는 ‘지킬 앤 하이드’ 앙코르 공연 예매에도 이어졌다. 조승우가 트리플 캐스팅(3명이 공동 주연)의 한 명인 사실이 알려지자 출연 스케줄이 확정된 내년 1월 4일까지, 그가 출연하는 날 좌석은 예매 시작 3일 만에 전석 매진됐다. 평소 뮤지컬을 보지 않는 사람들까지 극장으로 이끌어낸 조승우 열풍은 캐스팅의 중요성, ‘스타 파워’의 위력 등을 새삼 일깨워줬다.

그러나 영화배우를 겸하고 있어 1년에 한 편의 뮤지컬 밖에 출연할 수 없다는 조승우를 대신할 스타급 뮤지컬 전문 배우가 없다는 점은 공연계의 숙제로 남게 됐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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