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톨스토이’…내년 3월 27일까지 특별展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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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고 민중화가로 꼽히는 일랴 레핀이 그린‘서재에서 집필 중인 톨스토이 ’ (35. 4 ×25. 3 cm·1893년).
러시아 최고 민중화가로 꼽히는 일랴 레핀이 그린‘서재에서 집필 중인 톨스토이 ’ (35. 4 ×25. 3 cm·1893년).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왔다.

1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개막돼 내년 3월 27일까지 계속되는 ‘톨스토이전-살아 있는 톨스토이를 만난다’에는 톨스토이의 육필 원고, 작품 초판본과 관련 자료, 개인 유품, 육성 테이프 등 600여 점이 선보이고 있다. 도서출판 인디북(사장 손상목)과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김우림), 동아일보사는 한-러 수교 120주년과 한인 러시아 이주 140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를 공동 주최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의 육필 원고. 러시아에서도 국보급 문화재다. 톨스토이는 생전에 악필로 유명해 아내 소피아만이 알아볼 수 있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그가 직접 쓰고, 곳곳에 수정과 가필을 한 육필 원고에서는 고인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진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한 나탈리아 칼리니나 국립톨스토이박물관 학예연구원은 “이번 전시에는 진품 400여 점을 포함해 총 600점에 이르는 전시품이 소개된다”면서 “이 같은 대규모 유물 반출은 톨스토이 관련 해외 전시 중 최다이며, 더구나 육필 원고는 러시아 국경을 나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육필 원고(1863년).

또 일랴 레핀(1844∼1930)이라는 러시아 최고 민중화가의 원본 작품을 감상하는 일도 의미 깊은 일. 1909년에 그린 유명한 톨스토이 초상화 진본을 비롯해 안락의자나 식탁에 앉아 집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소박한 생활인 그대로다.

톨스토이는 뛰어난 문사이기도 했지만 사상가이기도 했다. 러일전쟁이 한창일 때 반전 평화론을 펼쳐 러시아에서는 그의 작품이나 글들이 모두 불온시됐다.

열강들의 각축 속에서 조국 러시아의 몰락을 눈으로 지켜본 그는 위선에 찬 러시아 귀족 사회와 러시아 정교회에 회의를 품고 원시 그리스도교에 몰두했다. 말년에는 부처와 불교, 노자와 공자에 심취했으며 채식, 금주, 금연의 구도자적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때 남긴 일기 형식의 성찰록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토마스 만, 로맹 롤랑 등 서유럽 지식인들이 ‘시대의 양심’이라고 불렀던 톨스토이의 무저항 박애 평화주의는 특히 근대 일본과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춘원 이광수는 톨스토이의 사상에 심취해 ‘톨스토이주의자’를 자처하기도 했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소박한 생활과 철학으로 서민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놓지 않았던 그는 1910년 10월 29일 새벽 훌쩍 집을 떠난 지 20여 일 만에 기차역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톨스토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 ‘바보 이반’이 서울역사박물관 1층 강당에서 내년 1월 4∼9일 무료 공연된다. 또 ‘안나 카레니나’ ‘이반의 어린 시절’ 등 톨스토이 원작의 영화도 서울역사박물관 1층 강당에서 12월 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반에 무료로 상영된다.

전시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청소년(14∼18세) 8000원, 어린이(4∼13세) 6000원. 02-724-0114

한편 초중고교생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내년 2월 11일까지 관람기(1500∼3000자)를 공모한다. 상금은 대상 20만∼50만 원. 결과는 내년 3월 2일자 동아일보 지면에 발표된다. 02-2020-0859, traces@donga.com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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