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14>영화(映畵)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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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가을은 온통 映畵 열기로 물결치고 있다. 映은 日(날 일)과 央으로 구성되었는데, 央은 소리부도 겸한다. 央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의 정면 모습과 목에 형틀의 하나인 칼을 쓴 꼴이다. 그래서 央은 칼을 쓴 사람의 모습에서 ‘재앙’이라는 뜻이, 칼의 한가운데 목이 위치함으로 해서 다시 ‘중앙’이나 ‘핵심’이라는 뜻이 나왔다.

그래서 央으로 구성된 글자는 이 두 가지 의미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왔다. 예컨대 (대,알)(부서진 뼈 알)이 더해진 殃은 죄를 받은 ‘재앙’을, 心(마음 심)이 더해진 怏은 재앙의 심리적 상태인 원망을 말한다. 그리고 앙(가슴걸이 앙)은 쟁기질 때 소의 목에 거는 가죽(革·혁)으로 만든 가슴걸이를 말하는 것으로 칼을 쓴 꼴인 央의 원래 의미를 충실하게 반영하였다.

한편 英(꽃부리 영)은 식물(艸·초)의 ‘핵심(央)’인 꽃부리를, 秧(모 앙)은 벼(禾·화)의 ‘핵심(央)’인 모를 말한다. 또 앙(끝없을 앙)은 수면이 넓고 끝없음을 말하는데, 이는 물(水·수)의 ‘한가운데(央)’가 갖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또 映은 ‘빛(日)의 한가운데(央)’라는 뜻으로, 이는 카메라 오브스쿠라(camera obscura) 즉 사진기 발명 이전 스케치용으로 주로 쓰이던 어둠상자의 원리를 담은 글자로 보인다.

카메라는 19세기 이후에 발전되었지만 라틴어로 ‘어두운 방’을 의미하는 ‘카메라 오브스쿠라’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외부의 이미지를 반대쪽 내벽에 거꾸로 비치게 하는 원리에 기초한다. 따라서 映은 映像(영상)에서 보듯 빛(日)이 상자의 정중앙(央)을 통과하여 맺힌 상이라는 데서 출발한 단어일 것이다.

畵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부터 보이는데 손에 붓(聿·율)을 들고 어떤 도형을 그리는 모습이며, 금문에 들면서 여기에다 다시 周(두루 주)를 더함으로써 이것이 彫刻(조각)이나 수를 놓기 위한 밑그림임을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냈다. 이후 소전체에 들면서 아랫부분이 田(밭 전)과 밭 주위의 경계를 그리는 모습으로 변해 지금의 畵가 되었다. 이후 畵는 일반적인 그림의 의미로 확장되었는데, 劃은 그림(畵)을 칼(刀·도)로 새긴다는 뜻이다.

映畵는 빛을 초점화시켜 형상을 드러내는(映) 그림(畵)을 말한다. 현대 중국어로는 전기(電·전)로 만드는 영상(影)이라는 뜻의 ‘뎬잉(電影)’이라 하는데, 그보다는 映畵가 영화의 보다 원시적 어원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정겹게 느껴진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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