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大 리오토교수 한국 古詩 505편 이탈리아어로 출간

  • 입력 2004년 9월 10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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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을 전공한 이탈리아 학자가 한국의 고시(古詩)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한 책을 출간했다. 한국의 옛 시가 이탈리아어로 번역돼 책으로 나오기는 처음이다.

마우리치오 리오토 이탈리아 나폴리동양학대 아시아학과 교수(46·한국어-한국문학·사진)는 ‘정읍사’ ‘공무도하가’ ‘서동요’ 등 고대 시가부터 조선시대 한시와 시조까지 옛 시 505편을 이탈리아어로 옮겨 최근 ‘한국의 종교시(Poesia Religiosa Coreana)’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의 한 출판사에서 펴냈다. 8일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이탈리아대사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리오토 교수는 “향찰(鄕札)이 섞인 통일신라의 향가를 번역하는 데 가장 애를 많이 먹었다”며 “종교시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한국의 옛 시들이 모두 유교, 불교, 도교의 영향 아래 지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년여의 준비 끝에 나온 이 책은 시마다 작가를 소개하고 시의 의미도 덧붙였다.

리오토 교수는 고교 때부터 동양에 대한 관심을 키워 오다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연결하는 나라’인 한국에 매료돼 1984년 한국 유학을 했고 이후 로마대에서 ‘한국의 청동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교수가 된 뒤 ‘홍길동전’ ‘인현왕후전’ ‘구운몽’ 등 고대소설과 이문열의 ‘금시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도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다. 그가 저술한 ‘한국문학통사’는 나폴리동양학대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다.

올해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에 관한 강의를 하기도 한 리오토 교수는 2일 정신문화연구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외홍보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 전까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은 박두익이었습니다. 1966년 런던월드컵 이탈리아 대 북한 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박두익을 한국인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한국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리오토 교수는 “한국 정부가 ‘문화 프로파간다’에 더 진력해야 한다”며 “한국학자와 외국학자들로 위원회를 만들어 ‘한국 핸드북’ 같은 책을 영어 및 주요 언어로 번역해 각국 대학교와 도서관에 배포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유학 중 그에게서 이탈리아어를 배우던 여학생의 언니인 황양숙씨(46)와 87년 결혼해 대학에 다니는 아들을 뒀다. 리오토 교수는 내년 6월 출간을 목표로 역시 대학교재로 쓰일 ‘한국사’를 집필 중이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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