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무얼 타고 어디 가요?’…조선 민화의 세계로

  • 입력 2004년 8월 27일 16시 47분


코멘트
사진제공 재미마주
사진제공 재미마주
◇무얼 타고 어디 가요?/윤열수 이호백 기획 글/32쪽 9000원 재미마주(4세 이상)

조선 후기 평민에게 유행한 민화를 부모와 자녀가 편하게 보고 읽도록 기획한 그림책. 그림책 전문출판사인 재미마주와 민화 전문박물관인 가회박물관이 함께 만들었다.

아이들은 뭘 타는 것을 좋아한다. 장난감 자동차, 세발자전거, 버스, 전동차, 놀이공원의 놀이기구, 동전을 넣으면 움직이는 말 모형, 아빠의 등….

민화에도 뭘 타고 가는 사람이 자주 등장한다. 가마나 마차보다는 동물을 많이 타고 있다. 소 말 거북 두루미같이 실재하는 동물도 있지만 용 봉황 해태 같은 상상의 동물도 있다. 흰 구름이나 나뭇잎을 타고 가는 사람도 보인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타는 것’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킨다. 더 나아가 ‘어디를 가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아가야, 아가야, 무얼 타고 어디 가니?”

“소 타고, 동네 한바퀴 돌러 가요.”

“누나야, 누나야, 무얼 타고 어디 가?”

“두루미 타고, 마을 잔치마당에 놀러 가.”

형 아주머니 할아버지에게도 묻는다. 민화 속에 그 답이 들어 있다. 또 옛날 사람들의 꿈도 녹아 있다.

장수의 상징인 십장생이나 금실을 나타내는 원앙, 출세를 상징하는 잉어, 애틋한 사랑을 염원하는 꽃과 나비가 그것이다.

그 상징이 공허한 것은 아니다.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그림 각 부분이 실제 있는 듯 친숙하게 느껴진다. 이쯤 되면 민화는 전혀 고리타분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옛날 동네마다 피카소와 같은 재주와 통찰력 있는 화가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또 페이지마다 민화를 감상하면서 그림 퀴즈를 풀어도 된다. ‘아가가 타고 가는 소와 똑같은 그림 찾기’나 ‘오른쪽 그림자와 같은 동물 그림 찾기’를 하면서 민화를 보고 또 보도록 꾸며졌다.

아이들에게 우리 문화가 훌륭하다고 말로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직접 많이 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민화에서 느끼는 ‘익숙하지만 어렵다’는 부담을 아이들은 오히려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민화 속에 녹아 있는 동심의 세계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지기 때문일까? 민화 속 잔칫상에 올라 있는 과일을 보고 “맛있겠다”고 외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