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젊은 예술가들 한국판 ‘스

  • 입력 2004년 7월 2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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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 앞에서 작가 김윤환(왼쪽) 김현숙씨가 ‘예술가들이 건물을 접수하겠다’는 스하운동과 관련된 퍼포먼스를 벌였다.-사진제공 예술스하운영위원회
17일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 앞에서 작가 김윤환(왼쪽) 김현숙씨가 ‘예술가들이 건물을 접수하겠다’는 스하운동과 관련된 퍼포먼스를 벌였다.-사진제공 예술스하운영위원회
“예술인회관을 우리가 접수한다.”

5년째 공사가 중단된 서울 양천구 목동 예술인회관을 예술가들이 불법 점유해 작업실로 활용하겠다는 이색 문화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목동 예술인회관은 1992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가 총 220억원의 정부예산(현재 167억원 소요)을 받아 1996년 시공에 들어갔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시공사의 부도로 지하 4층, 지상 20층의 건물 외관만 완성된 상태에서 1999년 내부공사가 중단됐다.

이곳의 ‘죽어 있는’ 공간을 가난한 예술가들의 공동작업장으로 써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5월 예술스3운영위원회(가칭)가 조직돼 활동에 들어갔다. 운영위측은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시작된 문화운동의 하나인 ‘스3(Squat)’ 작업을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운영위에서 입주자를 모집한 결과 20일 현재 20∼40대 예술가 350명이 불법 입주를 자원하고 나섰다.

운영위 실무를 맡고 있는 카이스 갤러리 윤태건 디렉터는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은 프랑스 ‘팔레 드 도쿄’의 경우에서 보듯이 스3은 버려진 공간을 활기와 향기 넘치는 공간으로 재창조하는 문화운동”이라며 “굳이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을 얻겠다는 뜻보다 임대 위주로 운영될 예정인 예술인회관이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촉구하는 문제 제기의 한 방편”이라고 주장했다.

스3운영위측은 “최소한 공사 재개 전까지라도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나아가 문화관광부가 이를 인수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서울 도봉구 창동에 운영 중인 무료 ‘스튜디오’처럼 작가들의 대안공간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곳에 입주를 희망한 예술인 중 80%는 미술인이며 음악가와 문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17일 예술인회관 앞에서 전시회와 퍼포먼스 공연을 가진 바 있는 이들은 입주자 1인당 10∼20평의 작업실을 나누기로 했다. 이들이 함께 입주하기로 한 날은 8월 15일.

그러나 건물주인 예총은 ‘절대 불가’의 입장을 밝혔다. 추승연 예총 예술인회관 건립사업본부 감독은 “외국의 스3은 철거가 예정된 건물이나 용도변경 등으로 잠시 사용이 중단된 건물을 작가들이 무단 점유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경우 재공사를 전제로 공사 중단 중인 건물을 점거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2일 시공사 공개경쟁 입찰공고를 내고 8월 중에는 시공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므로 이들의 무단 점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기, 상수도, 배관시설, 화장실도 없이 골조밖에 없는 공간을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며 “서울경찰청과 마포경찰서에 진정서를 내겠다”고 밝혀 양측의 충돌이 예상된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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