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웰빙휴가/나를 찾아 떠나는 여름휴가

  • 입력 2004년 7월 1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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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상사 설법전에서 좌선하다.(모델=홍보대행사 크로스커뮤니케이션즈 이수하씨)사진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서울 길상사 설법전에서 좌선하다.(모델=홍보대행사 크로스커뮤니케이션즈 이수하씨)사진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7월입니다.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로, 학생들은 여름방학으로 설레는 달입니다.

프랑스어 ‘바캉스’는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왔다고 합니다. ‘무엇인가로부터 자유로워짐’이라는 뜻이라고 하니 우리는 늘 무엇엔가 묶여 살고 있나 봅니다.

과연 진정한 휴식은 무엇일까요?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냥 잠자코 있으면 진정한 휴식이 찾아올까요? 아무런 할 일이 없으면 오히려 고통스러울지 모릅니다. ‘무위고(無爲苦)’라는 말은 꼭 노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마냥 놀기만 하면 몸도 마음도 모두 지치기 쉽습니다.

올해는 진정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창조적인 휴가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휴가를 나 자신과 다른 사람, 그리고 주변의 사물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시면 어떨까요.

올해 여름 동아일보 위크엔드팀이 아주 특별한 휴가를 제안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진정한 휴식을 경험하시길 기원하면서….》

○산사체험 수련회

방석에 조용히 앉는다. 왼쪽 다리를 접어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밑으로 깊숙이 집어넣는다. 오른쪽 다리를 접어 오른발이 왼쪽 허벅지 위에 오게 한다. 허리는 꼿꼿이 세우고 턱은 잡아당긴다. 눈을 반쯤 감는다. 반가부좌다. 좌선(坐禪)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5시20분.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 여명은 밝았다. 전날 오후 1박2일 일정의 ‘선(禪)수련회’에 참석한 41명이 사찰 안 설법전에 넉 줄로 앉았다. 10여분 전에 마친 108배로 숨은 거칠고 반팔 윗도리는 땀에 젖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길상사 설법전에 진정한 나를 찾으러 온 41명이 명상에 잠겼다.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좌선의 화두는 ‘이뭣고’. 다시 말하면 ‘나는 누구인가’다. 그 화두를 끊임없이 생각하라고 한다. 그러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허벅지가 저리고 무릎이 아프다. 5시간도 못 잔 눈은 계속 감겨 온다. ‘딱.’ 졸던 수련생의 등허리에 떨어지는 죽비 소리에 잠이 번쩍 깬다.

저린 발을 바꿔서 반가부좌를 다시 틀어본다. 무릎을 몇 번 주물렀다. 겨우 진정이 되고 이제 정말 화두를 잡아 본다. ‘나는 누구인가.’ 10초쯤 지났을까. 갑자기 아내 생각이 난다. 그러더니 곧 회사 일이 걱정된다. ‘내가 잡념이 생겼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나는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역시 10초를 넘지 못한다. 좌선을 마치는 죽비 소리만 간절하게 기다려진다.

눈을 뜨고 다른 사람들을 살폈다. 반가부좌를 틀었다가 이내 무릎을 꿇고 앉기를 반복하는 40대 남성. 아픈 다리를 죽 펴고 주무르는 30대 여성. 반면 반가부좌도 아니고 더 힘든 결가부좌를 취한 채 미동도 하지 않는 50대 남성도 있다.

선수련의 대부분은 좌선이다. 24시간 중 8시간. 깨어있는 시간의 거의 절반이다. 물론 30분 좌선을 하고 10분을 쉬는 식이지만 그 30분이 길기만 하다.

수련생들은 절에 들어와 수련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묵언이다. 힘들 때 터져 나오는 탄성만이 조용한 방에 울릴 뿐이다. 우연히 절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한 50대 수련생이 “이거 말을 하면 안 되는데”하며 말을 받는다.

공양(供養) 시간. 발우(鉢盂)라고 부르는 스님들의 식기가 아닌 널찍한 플라스틱 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는다. 단무지 한 조각은 필수다. 밥을 다 먹고 숭늉을 접시에 부어 말끔히 씻는 데 필요하다. 씻고 난 물은 다시 마신다.

이날 오후 3시 기자가 참가한 수련은 다 끝났다. 수련생 41명 중 불교 신자는 17명. 19명이 무교였고 유대교 신자 모녀도 있었다. 유대계 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성이 방학을 맞아 딸과 함께 왔다. 길상사가 수련회를 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좌선은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나에 대한 생각을 10초 이상 지속할 수 없었다. 수많은 다른 생각이 들어왔다. 오히려 일을 할 때 이렇게 많은 잡념에 빠진 적은 없었다. 평소 나에 대해 나는 얼마나 소홀했던가. 반성과 작은 깨달음이 겹친다.

산사 체험은 힘들다. 그러나 새벽 반가부좌를 틀고 절 앞마당을 향해 앉아 보라. 신선한 공기와 새 소리가 온몸을 감싼다.

▼선수련회 참가할 때 생각할 것▼

공기 좋은 곳에서 며칠 쉬어야지 하는 마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 하루 4∼5시간밖에 못 잔다. 3박4일 일정의 수련회는 마지막날 1080배 절을 한다. 여벌 속옷과 편한 신발은 필수. 샤워는 기대하기 어렵고 모기도 많다. 그러나 수련을 마친 날의 기분은 참 좋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사회복지관 자원봉사

서울 성북구 월곡동 생명의 전화 종합사회복지관은 매일 100여명의 노인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사진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무언가 남을 위해 베푸는 경험은 정말이지 특별했다. 한나절의 자원봉사 활동.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푸근했다. 아니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더 많은 것 같았다. 봉사의 매력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한다.

지난달 25일 오전 9시반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 있는 생명의 전화 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성북구청 자원봉사팀과 함께 봉사활동을 할 곳이다.

이곳에선 매일 100여명의 노인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한다. 오전 11시에 배식이 시작된다는데 지하 식당은 10시부터 슬슬 자리가 차기 시작했다.

드디어 식사 시간. 기자는 밥과 반찬이 담긴 식판을 테이블로 나르는 일을 맡았다. 계란찜과 돼지고기 볶음이 오늘의 주요 메뉴.

허리도 잘 안 펴지는 노인들이 식판을 받으면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손자뻘 되는 기자에게 무엇이 그리 고맙다는 것인지 연방 고개를 숙인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선풍기를 향해 한참을 서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한 할머니는 식사를 마친 후 행주를 들고 테이블을 일일이 훔쳤다. 자원봉사자가 말려도 “이 정도는 내가 해야지”라며 행주를 놓지 않는다.

이곳 같은 봉사기관에서 자원봉사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날도 구청 외에 적십자사에서까지 총 30여명이 자원봉사를 나왔다. 식사 제공만 해도 매일 100여명분의 밥을 짓고 배식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상근 직원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복지2팀 김태웅 팀장은 “대부분의 사회복지 시설이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아무런 프로그램도 안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성북구청 임귀순 자원봉사팀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특정한 활동에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번은 한 학교에서 100여명의 학생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가 하천 청소 작업을 연결해 줬더니 슬그머니 신청을 취소했다고 한다.

김 팀장은 “자원봉사는 꾸준히 계속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결손 가정과 결연을 맺고 싶다는 전화가 오면 대부분 말린다고 했다. 처음에 한두 번 가다 마는 경우가 많아서란다. 아예 처음부터 인연이 없었으면 모를까 도중에 그치면 상처만 깊어질 뿐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시작이 가장 어렵지 않던가. 올해 여름 일주일 휴가 가운데 하루는 남을 위해 비워두는 게 어떨지. 무엇이든 찾아서 봉사를 하고 일상에 복귀한 후에도 베풂의 손길을 이어가도록 노력하시라. 그대의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테니.

▼봉사활동 이렇게▼

노인들에게 무료로 침을 놔주는 모습

평소 자원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도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봉사활동은 △장애인이나 노약자 돕기 △공공기관 업무 보조 △각종 행사 지원 △환경이나 교통 관련 활동 △교육 △외국어 통역이나 번역 등 무척 다양하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www.kcv.or.kr)나 서울시 자원봉사센터(volunteer.seoul.go.kr)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기관과 날짜가 나와 있다. 각 지자체의 자원봉사센터도 마찬가지. 서울시는 올해 여름 온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벌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최근에는 직장 단위로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www.habitat.or.kr)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도 늘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대한불교조계종 템플스테이 사업단 02-2011-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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