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산책]스님 vs 건달… ‘달마야, 서울가자’

  • 입력 2004년 7월 1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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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씨네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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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를 수도 같을 수도 없다.”

지난달 28일 ‘달마야, 서울 가자’ 시사회에서 청명 스님 역을 맡은 영화배우 정진영은 무대 인사를 통해 이 영화의 딜레마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른바 ‘속편의 원죄’다. 전국 관객 390만명을 기록한 ‘달마야, 놀자’(2001년)의 흥행 성적은 속편 탄생의 원동력이었지만 또 다른 부담이었던 셈이다. 이전 작품에서 너무 멀리 가면 전편의 ‘후광’을 기대할 수 없고, 제자리걸음을 한다면 ‘붕어빵’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청명, 현각(이원종), 대봉(이문식) 스님은 큰 스님의 유품을 전해주기 위해 서울의 무심사를 찾아온다. 하지만 이 절의 주지는 5억원의 빚을 지고 달아났고 불상에는 법원의 차압 딱지가 붙어 있다. 건달에서 건설회사 직원으로 변신한 범식(신현준) 일행은 절을 철거한 뒤 이곳에 빌딩을 지으려고 한다. 범식 일행은 절을 지키려는 스님들의 법회를 방해한 뒤 불전함을 압수한다. 말을 하지 않는 묵언(默言) 수행을 하고 있던 대봉 스님이 구입해 상금 300억원에 당첨된 로또복권은 불전함 속에 있다.

전편이 산사로 들어간 조폭 패거리에 무게 중심을 둔 반면 이번 작품은 스님쪽에 포커스를 맞췄다. 스님들의 상경기(上京記)에 휴대전화, 교통카드, 러브호텔 등 세속의 풍경들이 겹쳐진다.

‘…서울 가자’의 기본 구도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스님과 건달의 대결을 기본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절의 운명을 걸고 훌라후프 돌리기, 노래, 주량(酒量), 주먹을 겨루며 웃음을 유도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영화는 전편을 의식해서인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하다.

웃음 속에 여유 있는 풍자와 은유를 담고 있던 전편과 비교할 때 속편은 ‘직접 화법’에 가깝다. 스님과 건달의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행자의 인간적 번뇌는 물론 건달의 애환이 자주 끼어든다. 일확천금을 상징하는 로또복권이 화두로 등장한 중반 이후에는 건설회사의 사기로 피해를 본 일반인까지 등장시켜 인간 군상의 탐욕을 꼬집는다. 웃음과 감동이 정교하게 결합되지 못하는 바람에 영화의 목소리는 커졌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또 하나. 스님쪽과 비교할 때 건달패의 내공은 캐릭터와 연기 등 여러 면에서 역부족이다. 일찌감치 저울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버리는 바람에 양측의 대결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전편에서 조폭 우두머리로 나왔던 박신양이 과거를 청산하고 포장마차 주인으로 깜짝 출연한다. 2002년 ‘아이언 팜’을 연출했던 육상효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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