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남성 삶도 억압한다…서울대 여성연구소 발표

  • 입력 2004년 6월 24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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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의 피해자는 여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가부장적 문화 아래서 과도한 부양 책임을 지고 있는 남성 등도 피해자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서울대 여성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호주제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한 연구’ 발표회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호주제에 의한 가부장적 가치 및 문화가 남성의 삶도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호주제 폐지의 정당성이 가족문화와 사회생물학적 측면에서도 개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김광억 서울대 교수(인류학과)는 이날 발표회에서 “중국과 일본도 유교전통을 바탕으로 하지만 호주제는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다”며 “가족이라는 것은 사회문화적 구성요소이므로 호주제가 폐지되면 가족이 해체된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경혜 서울대 교수(소비자아동학부)는 “현행 호주제하에서는 딸만 낳은 장남, 노부모 부양 책임을 지고 있는 남성, 자녀가 있는 여성과 재혼한 남성, 실직한 가장 등이 호주제의 피해를 보고 있는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최재천 서울대 교수(생명과학부)도 “가부장제가 한국 남성에게 가하는 스트레스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한국 중년 남성들의 사망률과 무관하지 않다”며 “호주제가 폐지돼 가부장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여성이 남성과 짐을 나누어지게 됨으로써 한국 남성의 사망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옥라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호주제가 소수의 남성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으나 다수의 남성에게는 그렇지 못했다”며 “호주제가 남성 다수에게 부여하는 권력은 환상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이달 들어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17대 국회에 제출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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