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외국어 남용 심각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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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 투자 인센티브-캐시그랜트’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너싱홈 사업 추진’….

지방자치단체들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공문서를 작성하면서 외국어를 지나치게 많이 섞어 쓰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자체의 정책 관련 자료에는 사전을 뒤지거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쉽게 알 수 없는 용어가 많다.

이마저도 한글이 아니라 영문을 그대로 써 주민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지역혁신사업에는 ‘클러스터’ ‘임베디드’ ‘유비쿼터스’ 같은 용어가 흔히 등장한다.

한 광역자치단체는 ‘Dream Map21’이라고 이름 붙인 특수 시책을 내놓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정부와 지자체들이 모두 클러스터, 임베디드 같은 용어를 사용하니 안 쓸 수도 없다”며 “한글로 바꾸면 좋겠지만 공식적인 한글 용어가 없어 그냥 쓰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최근 ‘지역농업 클러스터’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농협 직원조차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농협 경북본부의 한 직원은 “농업 클러스터가 뭘 하겠다는 것인지 와 닿지 않는다”며 “농민 입장에서 좀 쉽게 설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유비쿼터스를 ‘시공자재(時空自在)’라는 용어로, 인센티브는 의욕자극제, 글로벌은 지구규모 등으로 바꿔 쓰고 있다.

국어순화연구소 이수열(李秀烈·76) 소장은 “외국어를 한글로 바꾸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마구 외국어를 쓰는 것은 한글을 쓰면 어딘가 촌스럽게 느끼는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캐시그랜트(cash grant)=투자를 희망하는 기업에 터 매입 등 투자비 일부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것.

▽클러스터(cluster)=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려 밀집해 있는 모양.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기술, 인력 및 지식정보의 교류를 통한 상승효과를 얻기 위해 특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

▽임베디드(embedded)=무엇이 속에 고정되어 있는 장치라는 뜻. 전자제품 컴퓨터 엘리베이터처럼 어떤 소프트웨어에 의해 작동하는 자동장치는 모두 임베디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음.

▽유비쿼터스(ubiquitous)=물이나 공기처럼 언제 어디서나 모습을 나타낸다는 뜻. 시간이나 장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컴퓨터 망에 접속할 수 있는 통신환경을 의미.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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