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벼슬살이를 하던 30∼50대 초반의 20여 년과 유배생활을 했던 50대 후반 이후 서울, 대구, 평양, 충남 예산, 전남 완도군 고금도, 제주도 등지에서 보낸 것이다. 추사가 남긴 한글 편지는 서예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인간 김정희의 모습이 부각되는 점이 매력이다.
편지의 내용은 첫 부인과 사별하고 스물두 살에 재혼한 부인 예안 이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흥미 있는 것은 평안감사 시절(1828∼30), 당대의 명기 죽향과의 염문을 눈치 챈 부인에게 이를 잡아떼는 추사의 모습.
‘…임자만 하여도 다른 의심하실 듯하오나 니집 편지가 다 거짓말이오니 고지듣지 마십시오. 참말이라 하고 이제 백수지연(白首之年)에 그런 것에 거리끼겠습니까. 웃습니다.’(죽향과의 소문을) 고자질한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는 당부이며 다 늙은 처지에 무슨 그런 일이 있겠느냐, 남들이 알면 웃는다는 내용이다.
전시를 기획한 예술의 전당 이동국 큐레이터는 “즉흥적이고 진솔한 한글 편지에서 단순고졸하면서도 엄정한 법이 깔려 있는 추사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대학생 3000원, 초중고 단체(20명 이상) 1000원. 02-580-1511, 1513, 1519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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