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편지에 실은 추사의 ‘아내사랑’

  • 입력 2004년 5월 13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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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의 한글 편지. 추사가 42세 때인 1828년 4월 19일 충남 온양 친정에 잠시 다니러 간 부인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다.-사진제공 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의 한글 편지. 추사가 42세 때인 1828년 4월 19일 충남 온양 친정에 잠시 다니러 간 부인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다.-사진제공 예술의전당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1786∼1856) 선생의 한글 편지만을 모은 전시회가 열린다. 25일∼6월 27일 서울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멱남서당(대표 김일근 건국대 교수) 소장품 27점과 개인소장품 5점, 사진본 8점이 나온다. 부인이 죽은 뒤 며느리에게 보낸 편지 2통을 제외하면 모두 부인 앞으로 보낸 것이다.

편지는 벼슬살이를 하던 30∼50대 초반의 20여 년과 유배생활을 했던 50대 후반 이후 서울, 대구, 평양, 충남 예산, 전남 완도군 고금도, 제주도 등지에서 보낸 것이다. 추사가 남긴 한글 편지는 서예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인간 김정희의 모습이 부각되는 점이 매력이다.

편지의 내용은 첫 부인과 사별하고 스물두 살에 재혼한 부인 예안 이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흥미 있는 것은 평안감사 시절(1828∼30), 당대의 명기 죽향과의 염문을 눈치 챈 부인에게 이를 잡아떼는 추사의 모습.

‘…임자만 하여도 다른 의심하실 듯하오나 니집 편지가 다 거짓말이오니 고지듣지 마십시오. 참말이라 하고 이제 백수지연(白首之年)에 그런 것에 거리끼겠습니까. 웃습니다.’(죽향과의 소문을) 고자질한 사람의 말을 믿지 말라는 당부이며 다 늙은 처지에 무슨 그런 일이 있겠느냐, 남들이 알면 웃는다는 내용이다.

전시를 기획한 예술의 전당 이동국 큐레이터는 “즉흥적이고 진솔한 한글 편지에서 단순고졸하면서도 엄정한 법이 깔려 있는 추사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대학생 3000원, 초중고 단체(20명 이상) 1000원. 02-580-1511, 1513, 1519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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