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에트로 홈 컬렉션 총지휘 ‘야코보 에트로’

  • 입력 2004년 4월 22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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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코보 에트로는 주로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목과 소매 끝 부분을 빨간색 꽃무늬로 장식한 그의 셔츠도 중남미를 여행하며 얻은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야코보 에트로는 주로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목과 소매 끝 부분을 빨간색 꽃무늬로 장식한 그의 셔츠도 중남미를 여행하며 얻은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브랜드 홍수 시대에는 한결같은 디자인을 고수하는 브랜드가 오히려 빛난다. 에트로가 그렇다. 196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탄생한 에트로는 인도 카슈미르 지방의 전통 문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페이즐리’ 문양으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다. 에트로에서 텍스타일, 가죽, 홈 컬렉션 분야를 총지휘하는 야코보 에트로(42)가 최근 내한했다. 그는 에트로 창업자이자 회장인 짐모 에트로(60)의 장남으로 올 가을 에트로 남성복 라인을 국내에 런칭할 예정이다.》

○ 여행과 전통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그는 파란색 스트라이프 바탕에 목 부분과 소매 끝 부분을 빨간색 꽃무늬로 장식한 에트로 셔츠를 입고 있었다.

“과테말라와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며 얻은 모티브를 토대로 만든 옷입니다.”

중남미 해변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여유로운 여행가 인상이다. 지난해 에트로가 이탈리아 밀라노의 패션 거리 몬테 나폴레오네에서 소 마차를 앞세워 올해 봄여름 남성복 디자인을 선보였을 때 전 세계 언론은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행사라며 극찬했다.

페이즐리 문양이 자칫 지루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색을 한다.

“클래식은 영원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지속되는 페이즐리 문양은 전통입니다. 에트로가 30여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브랜드 색깔을 갖게 된 것은 복잡하고 세밀한 문양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창조한 덕분입니다.”

해외 컬렉션이 끝나자마자 카피 작업에 착수하는 국내 패션 브랜드에게 경종이 될 말이다. 더 이상 카피할 대상이 없는 세계 일류 명품 브랜드들은 경영자와 디자이너들이 주로 여행과 예술적 활동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그는 인도, 캄보디아, 케냐 등을 인상적인 여행지로 꼽았고, 아르데코 스타일 예술품과 러시아 발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 에트로가 달라졌다

에트로의 갈색 페이즐리 문양 가방과 헤어밴드만 떠올린다면 당신은 이미 트렌드에 뒤떨어져 있다.

올해 봄여름 에트로 컬렉션은 빨강, 초록, 보라, 노랑 등 강렬한 원색과 커다란 꽃무늬 프린트로 이국적이고 화려하다. 여성복은 팔색조를 연상시킬 정도이다.

“행복한 감정은 풍부한 색감에서 비롯되지요.”

1960년대 조르지오 아르마니, 발렌티노 등에 원단을 납품하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는 캐시미어, 실크, 울, 린넨 등 최고급의 천연 소재를 고른다. 올봄에는 면 혼방 소재의 원단에 PVC를 압축 코팅한 실용적인 가방을 내놓았다.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젊은층을 겨냥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는 브리지 라인, 또는 세컨드 라인에 대해 그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에트로는 에트로일 뿐이라는 고집스러운 말에서 자신감이 배어 나온다.

그가 진두지휘하는 하이럭셔리 개념의 에트로 홈 컬렉션은 최근 웰빙 트렌드와 함께 부상한 고급 소비자층을 겨냥한 것이다. 커튼, 침구, 쿠션 등은 수공예 작업으로 만들어진다.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소비자의 종착지는 홈 컬렉션이 될 것입니다. 가정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휴식처이니까요.”

에트로는 여느 이탈리아 패션 업체처럼 가족 경영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그의 남동생 킨과 이폴리토는 각각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와 재무 담당, 여동생 베로니카는 여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일한다.

그는 “가족이 모두 경영에 참여하니 허물없는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재계의 가족 경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어서 뉴스위크 최신호는 가족 경영 기업이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 결정의 장점을 가진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한국 남자들에게

20여 년 전 아버지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충격적이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서울 동대문 시장, 시내 백화점, 명동 거리 등에서 만난 한국 여성들은 청바지와 명품 가방, 고급스러운 옷과 싸구려 액세서리를 멋스럽게 섞어 연출했습니다. 일본 오모테산도, 다이칸야마에서 만난 패션피플보다 훨씬 감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남성들의 패션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 신사들의 지나치게 우아한 스타일에도 이미 식상했다고 말했다.

“한국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경직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셔츠 단추를 과감하게 서너 개 풀어 가슴을 드러내는 클리비지 룩을 표현해 보세요. 또는 제가 입은 셔츠처럼 기존의 셔츠 소매 부분에만 재미있는 무늬가 들어간 천을 덧대 수선해 입어 보세요. 훨씬 기분이 상쾌해질 겁니다.”

에트로는 올가을 서울 갤러리아 백화점에 남성복 매장을 열고 화려한 색상과 디자인의 남성복을 소개한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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