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 발자국 발견의미]인류 이동경로 밝힐 ‘발자취’

  • 입력 2004년 2월 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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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발자국(위)과 나뭇잎의 화석. 오랜 풍화를 견뎌낸 말 발자국이 구석기시대의 흔적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동전과 비교해 나뭇잎 화석의 크기도 가늠할 수 있다. 사진제공 문화재청
말 발자국(위)과 나뭇잎의 화석. 오랜 풍화를 견뎌낸 말 발자국이 구석기시대의 흔적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동전과 비교해 나뭇잎 화석의 크기도 가늠할 수 있다. 사진제공 문화재청
제주도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 사람 발자국 화석 등은 한반도에 현생 인류가 어떻게 유입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초이며 인류의 이동경로 규명에도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도는 이번 발견으로 고고학 고인류학 고생물학 고생태학 연구의 보고(寶庫)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게 됐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 중 세 사람이 걸어간 흔적으로 보이는 사람 발자국은 보폭(50cm)과 크기(21∼25cm)로 볼 때 키가 약 1m50으로 추정되며 성별이나 나이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말 발자국은 길이와 폭이 7∼9cm의 원형(圓形)으로 뒷부분에는 역 V자형 자국이 뚜렷했다.

조사단은 현재까지 미국과 탄자니아에서만 보고된 말 발자국 화석이 제주에서도 확인됨으로써 몽골 유입설로 알려진 제주마(馬)의 기원을 규명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끼리로 추정되는 동물 발자국은 크기가 약 20cm로 둥근 모습이며 당시 한반도 일대에 코끼리가 서식했음을 추정하는 실마리가 된다. 코끼리 발자국은 미국, 탄자니아, 아르헨티나, 일본에서만 보고된 바 있다.

1000점 이상 발견된 사슴 발자국은 길이 약 7∼8cm로 두 쌍의 발굽 자국이 선명했다. 새 발자국 화석(200여점)은 길이 약 15cm가 넘는 대형 화석과 물갈퀴 자국이 뚜렷해 두루미 도요새 등 8종 이상의 새가 서식한 흔적으로 추정된다. 연체동물과 절지동물(게류), 식물(목련 잎으로 추정) 화석 등도 대거 확인돼 구석기시대의 자연 생태계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한국교원대 김정률 교수가 제주 산방산과 송악산 사이 해안가를 탐사하던 제자들에게서 ‘이상한 화석들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김 교수는 2002년 4월부터 한국과학재단 지방대학 우수과학자 육성 지원에 따라 ‘포유류와 조류 발자국 화석에 대한 고생물학적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김 교수는 곧장 조사에 착수했고 수천점의 화석을 확인하는 개가를 올렸다.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 이인규(68·李仁圭·서울대 생물학 명예교수) 위원장은 “화석이 발견된 곳은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는 현무암 평지로 누구도 화석이 나올 만한 곳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육안으로는 쉽게 구별할 수 없는데 확인에 성공한 조사단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각계 전문가들로 연구팀을 구성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발굴조사 및 국제 비교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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