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1000만시대]<1>문화가 경제를 움직인다 "실미도 경제효과 3000억"

  • 입력 2004년 2월 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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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관객 1000만 명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달 31일 835만명(전국 관객)으로 국내 영화사상 최다 관객기록을 세운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이달 중순 단일 영화로서는 초유의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 ‘실미도’는 국내 영화시장의 규모로 볼 때 한계 수치로 여겨졌던 ‘친구’(2001년·818만명)의 흥행 기록을 불과 3년 만에 넘어섰다. 영화 관객 1000만 명 시대에 접어든 한국 영화의 힘과 문제점을 진단한다. 첫 회 ‘문화가 경제를 움직인다’에서는 영화 ‘실미도’의 경제적 효과와 우리 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

‘실미도’가 관객 1000만 명을 달성할 경우 입장권 수입을 단순 산출하면 7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일본 등 해외 수출과 비디오 판권 등 2차 수입을 감안하면 국내 흥행 이상의 또 다른 ‘대박’이 터질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실미도’가 우리 경제에 미치고 있는 파급효과에 대한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00만 명의 관객에서 700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한다고 볼 때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생산유발액은 135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59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따라 흥행 수입을 영화산업 생산유발계수(1.928)와 부가가치 유발계수(0.849)에 각각 곱해 나온 수치다.

그래픽=강동영기자

한은 투입산출팀 김종귀 팀장은 “이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 면에서 뉴 EF 소나타 자동차(대당 1491만원 기준) 3620대를 생산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친구’ 개봉 당시 관객 수 705만 명, 흥행 수입 494억원을 기준으로 한은이 산출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액 1158억 원, 부가가치액 364억 원이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원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관객 수와 흥행 수입 외에도 영화의 촬영장소였던 실미도의 관광상품화, 다른 분야에 비해 브랜드 효과가 높은 문화산업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실미도’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실미도’의 1000만이라는 숫자는 문화산업적 측면에서 복합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전체 인구 4800만을 기준으로 할 때 5명 중 1명 넘게 이 영화를 봤다는 얘기다.

문화평론가 김지룡씨는 “일본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 등 1000만명 대의 히트 작품이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한국에 비해 인구가 3배정도인 일본에서도 관객 1000만명은 거의 불가능한 숫자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1000만’이란 숫자는 영화는 물론 우리 문화산업 전반에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조용필 김건모 조성모 등이 통산 음반 판매량에서, 출판계에서는 ‘태백산맥’과 이문열의 ‘삼국지’ 등이 오랜 시간에 걸쳐 1000만이란 고지를 밟았을 뿐이다. ‘실미도’는 지난해 12월24일 개봉 뒤 2개월도 안돼 이 숫자를 넘보고 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단일 영화의 1000만명 돌파가 영화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 심리적으로 ‘밀리언’(100만) 단위에 머물던 영화산업의 크기를 단숨에 1000만명대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비판적 의견도 있다. 문화평론가 김동식씨는 “어린이를 뺀 실제 관람 연령대를 고려할 때 1000만 명이라는 숫자는 전체 국민 3명 중 1명꼴로 ‘실미도’를 봤다는 것으로 이는 지나친 쏠림 현상이자 ‘문화적 편식’”이라고 꼬집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필요한 것은 1000만명급 영화 1편이 아니라 100만명급 영화 10편”이라며 “흥행에 성공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신화가 영화의 다양성을 짓밟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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