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철교수의 性보고서]나이 든 남자들 "스킨십이 좋아"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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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살롱 등 유흥주점의 술자리에서 이런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50, 60대의 노신사 또는 직장 상사가 취기가 오르고 분위기가 흥겨워지자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의 허리와 엉덩이에 손이 간다. 이것을 본 젊은 사람들은 속으로 ‘늙어도 추잡스럽게 늙었다’고 빈정댄다.

남자 나이 예순이 되면 부인이 자신을 데리고 함께 외출하는 것을 귀찮아하는데도 문밖에 먼저 나가 기다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젊었을 때 허구한 날 ‘새벽 귀가’에 주말당직이다 출장이다 하며 집을 비워 함께 놀아달라는 부인의 바람을 무시한 것과는 정반대다. 그들은 당시 그것에 대해 ‘부인’이 아니라 ‘여성’의 바람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남성은 늙으면 소심해지고 좁쌀처럼 된다고 한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 일도 아닌데 괜히 섭섭해 하고 ‘저 놈이 나에게 그렇게 말할 수가…’라며 생각을 곱씹는다. 허전함과 외로움을 느끼며 빈말이라도 칭찬을 해 주면 쉽게 감격한다.

이 모두가 여성적 특성이다. 여성은 성관계 전에 대화와 스킨십을 원하지만 욕정이 끓어오르는 젊은 남성들은 급한 마음에 이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남성은 부인이 원하는 대화와 스킨십의 중요성을 갱년기가 지나야 알게 된다. 상사를 ‘추잡스럽게 늙었다’고 비난하던 젊은 사원도 그 나이가 되면 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65세의 W씨는 재혼 때문에 발기부전을 해결하려고 수술을 받으려 했다. 꼭 수술을 받아야겠느냐고 묻자 그는 “꼭 섹스 때문이 아니라 다정다감한 대화와 스킨십이 그리워 그런다”고 대답했다. 이미 세상을 떠난 부인이 젊었을 때 원하던 것을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남성은 30세를 정점으로 남성호르몬이 만들어지는 양이 해마다 1%씩 감소해 50세가 넘어서면 상당히 떨어지지만 여성호르몬은 변하지 않으므로 여성화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여성은 폐경기가 되면 여성호르몬 생산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하지만 남성호르몬은 60세가 될 때까지 크게 줄지 않는다. 따라서 여성의 남성화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남편이 젊었을 때 부인을 혼자 두고 돌아다닌 것처럼 갱년기 이후의 여성은 남편의 접근을 귀찮아하고 혼자 다니기를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 여자는 혼자 살아도 남자는 혼자 살 수 없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닌 것이다.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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