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7년 체 게바라 피살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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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델에게 전해주시오. 나의 죽음이 혁명의 종말은 아니라고….”

1967년 10월 8일.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쿠바혁명의 주역이었던 체 게바라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정부군에 쫓기다 볼리비아 밀림에서 체포돼 사살된다. 그의 나이 39세.

장 폴 사르트르가 “이 세기의 가장 성숙한 인간”이라고 칭했던 게바라. 그는 마지막 심문에서 “혁명의 불멸성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20세기의 신화(神話)가 되었다.

게바라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과테말라에서 혁명가가 되고 쿠바에서 싸웠다.’

195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의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두달 만에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고 과테말라의 혁명전선에 뛰어든다. 2년 뒤에는 멕시코에서 카스트로를 만나 쿠바혁명에 참여했다. 1965년 돌연 쿠바에서 자취를 감췄던 게바라는 내전에 휩싸인 콩고에서 모습을 나타낸다. 그리고 이듬해 마지막으로 볼리비아 게릴라에 합류한다.

그의 일생은 그야말로 고난과 결단으로 가득한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 여정은 ‘인간의 사랑과 유대감은 고독하고 절망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싹튼다’는 신념이 이끌었다.

혁명가로서 그는 고독했다. 혁명가의 가슴에 불타오르던 사회주의 이상과 현실 정치 사이에는 고통스러운 심연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는 사회주의국가의 맹주였던 소련을 향해 “제국주의의 착취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사회주의는 성숙되지 않았다. 그 안에는 많은 오류가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의 한복판에서도 시집을 읽고 틈틈이 일기를 썼던 게바라.

‘맹세를 배신하고 떠나가는 동지들에게’ 쓴 그의 시편은 적들을 향해 총을 쏘았으나 적의 영혼에는 총을 들이대지 않았다는 휴머니스트로서의 비애와 우수(憂愁)가 느껴진다.

‘누군들 힘겹고 고단하지 않겠는가/ 누군들 별빛 같은 그리움이 없겠는가//…그대들이 한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먼 저편’)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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