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18>罹 災 民(이재민)

  • 입력 2003년 9월 2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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罹 災 民(이재민)

罹-당할 리 災-재앙 재 耕-밭갈 경

怒-성낼 노 錦-비단 금 飯-밥 반

罹는 羅(그물 라)와 비슷하게 생겼다. 여기서 망(망)이 숫자 四가 아니고 그물을 뜻하는 망(곧 網)임은 수차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羅가 실((멱,사)) 그물(망)에 걸려있는 새(추·추)를 뜻한다면 罹는 그런 새의 심리 상태(심)를 뜻한다. ‘아! 당했구나’하고 크게 낙담하면서 걱정이 태산같을 것이다. 그래서 罹의 본 뜻은 ‘당하다’, ‘입다’, ‘근심 걱정’이 된다. 罹難(이난). 罹患(이환)이 있다.

災는 천(천)과 火(화)의 결합, 곧 내와 불을 뜻하는 글자로 홍수와 가뭄을 의미한다. 중국인은 農耕民族(농경민족)이었으므로 농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홍수와 가뭄이 가장 큰 災殃(재앙)이었다. 지금은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이해하지만 옛날에는 그것이 忿怒(분노)한 하늘의 뜻이라고 여겼다. 곧 홍수나 가뭄은 하늘이 못된 인간을 꾸짖기 위해 내리는 벌로 알았다. 따라서 災의 본디 뜻은 天罰(천벌)이다. 災難(재난) 災害(재해) 水災(수재) 火災(화재)가 있다.

民의 옛 모습은 풀이 싹을 틔우고 있는 형상이다. 곧 풀이 돋아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글자인데, 풀은 무수히 자라나므로 ‘뭇 사람’을 뜻하게 되었다. 또 풀은 늘 해를 향하고 바람이 부는 데 따라 순종하고 흔들리므로 해(日)나 바람(風)을 君主(군주)에, 百姓(백성)을 풀에 비유하곤 했다. 民心(민심) 民主(민주) 國民(국민) 市民(시민)이 있다. 따라서 罹災民이라면 ‘재난을 당한 사람’이 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삼천리 錦繡江山(금수강산)이라 하여 그 아름다움을 形容(형용)하였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비단결 같다는 뜻 아닌가. 한 마디로 작지만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이다. 여기에다 이웃 일본처럼 지진이 잦은 것도 아니요, 중국처럼 넓지만 못 쓰는 땅이 많은 것도 아니다. 알짜배기 땅에 철따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니 이처럼 的確(적확)한 표현이 또 있을까.

참 살기 좋은 나라였는데 언제부터인가 하늘의 시샘이 잦기 시작했다. 颱風(태풍)이 심하게 불고 비가 많이 왔다. 옛날 같으면 그저 인사치레나 하고 지나쳤을 녀석이 작심한 듯 할퀴고, 비도 왔다 하면 傾盆(경분·물동이를 기울이듯 쏟아 부음)이 茶飯事(다반사)다 보니 罹災民이 급증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초대형 颱風 ‘매미’의 피해가 극심하다. 이번에도 수많은 罹災民이 발생했다. 국민의 정성이 절실한 때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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