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잉여금’ 멋대로 쓸 수 없는 이유

  • 입력 2003년 9월 17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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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전액이 국민부담으로 조성된 정부출자기관인 KBS가 다른 출자기관과 달리 이익잉여금을 국가로 귀속시키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KBS는 앞서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과도한 퇴직금누진제와 예비비의 93.2%(112억원)를 직원 보너스로 전용한 사례가 드러났었다. 얼마 전 외국 출장 때 가족을 데리고 나가 물의를 빚었던 어느 KBS PD의 일탈이 개인적 비리였다면, 이익잉여금을 국고에 넣지 않은 것은 국가 기간방송인 KBS의 방만한 운영과 ‘주인 없는 회사’의 나눠 먹기식 행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구조적 문제다.

KBS는 지난해 1조2932억원의 매출에 10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따라서 1000억원대의 막대한 돈이 사실상 ‘주머닛돈’처럼 쓰인 셈이다. 매달 전기세에 부과해 월 2500원씩의 시청료를 세금처럼 꼬박꼬박 납부해 왔던 국민은 자신들의 ‘혈세’ 중 일부가 KBS 직원들의 복리후생비로 사용된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 것이다. 어느 나라건 공영방송이 민방에 비해 급여와 대우가 크게 낮은 것이 현실이지만 한국에서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현재 법적으로 KBS의 예산 확정 권한은 KBS이사회에 있고, 결산 승인권은 국회에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사가 합의하고 이사회가 이를 적당히 눈감아주면 사실상 무슨 일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회는 하루 속히 KBS의 이 같은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실질적 권한도 없는 KBS이사회를 BBC(영국)나 NHK(일본)의 경영위원회처럼 개편해 경영 및 공정보도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또 KBS 예산의 편성과 지출 및 결산 사항은 국회가 최종 승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참다운 공정방송이 보장될 수 있다.

KBS 수익금의 일정액을 내년부터 모금제도가 폐지되는 문예진흥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KBS 스스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선다면 더욱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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