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구대 암각화 그대로 두라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27분


코멘트
울산시가 우리 선사(先史)문화의 보고인 반구대 암각화(盤龜臺 岩刻畵·국보 285호) 보존을 내세우며 이 일대를 관광자원화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암각화가 발견되기 7년 전인 1964년 인근에 댐이 들어서 암각화가 물에 잠기고 연구자들의 무분별한 탁본과 관리소홀로 그림 훼손이 심해진 마당에 이곳이 관광지가 돼서는 원형 보존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암각화는 연중 8개월 이상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사시사철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없다. 고작 4개월 관광수입을 올리기 위해 기원전 3000∼300년에 걸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과 원시 자연경관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국도에서 반구대에 이르는 진입로와 2km의 산책길이 2차로 규모로 확장 포장되고, 대형 주차장 건설과 함께 유적분포지 위에 선사문화전시관과 관광위락단지가 들어선다면 유물보존은 기대하기 어렵다. 인근의 천전리 암각화(국보 147호)와 공룡발자국 등의 유적도 차례로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태환경 훼손은 장차 암각화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에도 결정적 장애가 된다. 유물의 보존 상태 못지않게 주변 환경 보존을 중시하는 것이 최근 추세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경우 1982년부터 하루 방문객 수를 35명으로 제한해 몇 년치 예약이 밀려 있고, 일본도 교토(京都)의 가쓰라리큐(桂離宮)와 슈카쿠인리큐(修學院離宮) 입장을 궁내청에서 사전예약제로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비원(秘苑)도 입장 시간과 횟수 및 관람구역을 제한한 지 오래이지 않은가.

울산시는 우선 보존대책을 세워 시행한 뒤 전문가와 협의를 거쳐 전시관을 건립하되, 디지털 복원기술 등을 동원해 관람객이 사실적이고 입체적으로 유물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물 관람은 최대한 수를 제한하고 예약제를 실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야만 유물보호와 함께 실질적 수입증대도 가능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