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발달장애, 엄마사랑이 최고 名藥

  • 입력 2003년 8월 24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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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에는 천천히 말을 하면서 이해를 시켜주는 게 좋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어린이가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에는 천천히 말을 하면서 이해를 시켜주는 게 좋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어린이가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이가 말을 심하게 더듬는다면 어떻게 할까. 옆 집 아이는 말도 잘하고 쾌활한데 우리 아이는 자꾸 방구석에 틀어박히려고만 한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병원마다 소아정신과가 늘어나고 있다. 정신적 고통을 받는 아이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의 발달장애는 부모가 세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그 징후를 알아낼 수 있다. 정상적인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내 아이의 발달 상황이 6개월 이상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는 게 좋다.

▶발달장애 체크리스트 참고》

▽말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보통 만 2세가 되면 아이는 50개 이상의 낱말을 알고 있으며 두개의 낱말을 이용해 말을 만들 수 있다. 가령 이전까지 ‘엄마’ 또는 ‘밥 줘’를 말했다면 2세 때에는 ‘엄마, 밥 줘’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한 돌이 되면 까꿍 놀이나 탁자를 두드리는 놀이에 반응하게 된다. 자신의 의사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것.

아이들이 이런 정상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늦되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단순한 언어 장애가 아니라 인지발달 지체나 자폐증인 경우가 간혹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 말은 제대로 알아듣는데 표현을 잘 하지 못할 경우도 ‘표현성 언어장애’로 분류된다.

▽행동에 이상 징후는 없는가=생후 6개월 정도 되면 낯선 사람에게 안길 때 어느 정도 불안을 느낀다. 한 돌쯤 됐을 때 엄마로부터 떨어지면 심하게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이 경우 모두 정상이다.

그러나 만 2세가 넘어도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문제가 있다. 이 때부터 아이는 혼자 노는 것을 배우고 개념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싫어하고 언어 발달 속도가 느리며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경우, 반복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특정한 장난감에 집착하는 경우 자폐증을 의심해야 한다. 12세 이하 어린이 1만 명당 2∼5명 정도가 자폐증을 갖고 있다. 소아정신과를 찾는 아이의 10%는 자폐증상을 보인다는 조사도 나와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는 자폐 증상이지만 실제 진단을 받으면 정서적 또는 언어적 문제로 인한 경우가 적지 않다. 또 흔히 비디오 증후군 또는 유사 자폐로 알려져 있는 ‘반응성 애착장애’도 자폐 증상과 비슷하다.

▽어떻게 해야 하나=아이가 말을 더듬는 등 언어 장애 증세를 보일 경우 엄마가 조바심을 내거나 야단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가 이해하기 쉽도록 천천히 말을 반복해 들려주고 감정적으로 보듬어줘야 한다.

아이의 지능 발달을 돕는다고 비디오를 보여주거나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두뇌는 감정 발달과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엄마가 같이 놀아주고 스킨십을 하면서 애정을 쏟고 정서적 교감을 얻는 게 더 중요하다. 부모가 우울증이 있거나 양육자 또는 보모가 자주 바뀌면 아이의 분리불안 증세가 심해져 말을 더듬거나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자폐증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이나 염색체 및 뇌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며 정신지체 등 다른 발달장애를 동반한다. 언어치료, 행동치료, 인지치료를 동시에 해야 하며 약물 요법을 병행한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홍현주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첫돌 지나도 정상적 소리에 반응 없으면 난청 의심▼

2세 된 아이에게 “컵 안에 뭐가 있니?”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컵을 들여다보지 않거나 3세 된 아이에게 “지금 말고 다음에 하자”라고 했을 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다면 난청 가능성이 있다.

200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 1000명 중 7명이 양쪽 귀에서 난청을, 17명이 한쪽 귀에서 난청을 앓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상대화가 곤란할 정도로 심한 고도난청을 앓는 신생아가 매년 7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만 1세가 되기 전에 아이가 난청인지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정상적인 아이라면 생후 3개월 무렵 큰 소리에 반응하고 엄마의 목소리를 감지한다. 말을 하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며 큰 소리에 잠에서 깨게 된다.

6개월이 되면 ‘빠빠’ ‘맘마’ 등 단순한 소리를 모방하며 10개월이 되면 ‘빠이’ 등 단순한 말 정도는 할 수 있다. 만약 한 돌이 됐는데도 정상적인 소리에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난청 체크리스트 참고

병원에서 쉽게 난청을 진단할 수 있는 나이는 양쪽 귀 모두 고도난청의 경우 2,3세, 한쪽 귀에 난청이 있는 경우 4,5세 정도다.

난청이 되면 중추신경계의 언어 중추의 발달이 늦어져 성장한 뒤에도 학습능력이 저하되며 상대방의 입을 봐야만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난청이 있는 경우 고교 졸업 연령이 돼도 독해능력이 중학교 1학년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말=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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