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욕망하는 천자문'천자문에 숨은 문화 이데올로기

  • 입력 2003년 6월 27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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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천자문/김근 지음/728쪽 2만5000원 삼인

‘하늘 천(天), 따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

한자를 배웠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자문(千字文)의 첫 구절쯤은 한 번씩 읊조렸을 것이다.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로 이루어진 천자문은 6세기 중국 남조(南朝) 양(梁)의 주흥사(周興嗣:470?∼521)가 무제의 명에 따라 하루 만에 만들다가 머리가 허옇게 변했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250구절 1000자를 단순히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배경과 분석으로까지 나아간다.

‘천지현황’은 주역의 곤괘(坤卦)에 나오는 ‘천현이지황(天玄而地黃)’을 옮긴 것. 박지원의 ‘연암록’에도 나오듯 ‘하늘은 푸른빛인데 왜 검다고 할까’하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저자는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을 물리적 사물이 아니라 형이상학적 사물로 여겼기 때문에 그 형상을 흔히 ‘그윽하고 아득하다’는 말로 표현했다”며 “현(玄)은 하늘의 색깔이 아니라 그윽한 속성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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