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역사 스페셜' 돌연폐지 논란…KBS조직간 여러說 무성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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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스페셜’ ‘환경스페셜’과 함께 ‘3대 스페셜’로 꼽히며 KBS 공영성의 상징이었던 역사 다큐멘터리 ‘역사스페셜’이 돌연 폐지된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유인촌씨는 7일 오후 8시 방송에서 “오늘을 마지막으로 역사스페셜을 떠난다”며 “역사스페셜은 앞으로 2주간 200회 특집을 방송한 뒤 4년 역사를 마감한다”고 말했다.

후속 프로그램은 ‘인물 현대사’(금요일 밤 10시)로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진행한다. ‘인물 현대사’는 전태일 윤상원(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마지막 시민군) 배은심씨(고 이한열씨 어머니) 등 근현대 인물 100명을 재조명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씨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이후 시민단체인 ‘국민의 힘’에서 활동하는 등 ‘정치적 색채’가 뚜렷하기 때문에 현대사 인물 해석의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 사이트▼
- 역사스페셜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
- ‘역사스페셜 종영 반대 100만인 서명 운동’

허동현 경희대 교수(사학과)는 “공영방송 KBS가 현대사 인물을 평가할 때는 편향성에 대해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문씨가 갖고 있는 정치적 색채가 드러나지 않을 공정한 기준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씨는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를 공개 지지해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에 따라 SBS 시사다큐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에서 물러났다.

특히 ‘역사스페셜’이 정부기록보존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현대사를 다룬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돌연 폐지되자 그 배경에 대해서도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5월10일 ‘발굴, 정부기록보존소’ 시리즈로 한국 현대사의 비화를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당시 제작진은 “앞으로 1년간 현대사를 다시 둘러볼 것”이라고 의욕을 밝힌 바 있다.

‘역사스페셜’은 이후 ‘박정희 최후의 프로젝트, 수도를 이전하라’ ‘월남파병, 박정희의 승부수였다’ 등 주로 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비화를 소개했다.

‘역사스페셜’ 종영에 대해 KBS 내부에서는 “파워 게임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인사에서 ‘인물 현대사’의 기획에 간여했던 이원군 교양국장이 편성본부장으로, 장해랑 책임프로듀서가 사장비서실장으로 각각 발탁된 반면 ‘역사스페셜’을 직접 제작하던 서재석 책임 프로듀서와 기획제작국의 남성우 국장은 각각 제작위원과 심의실장으로 밀려나면서 ‘인물 현대사’와 겹친다는 이유로 ‘역사스페셜’이 폐지됐다는 것이다.

유인촌씨가 7일 종영을 밝힌 이후 ‘역사스페셜’ 인터넷 게시판에는 종영을 비판하는 글이 수십건씩 오르고 있다. 일부는 “정연주 KBS 사장이 역사스페셜을 폐지하고 ‘입맛’에 맞는 다큐를 편성하지 않을지 우려된다”(조민규) “역사스페셜이 박정희 정권의 행정수도 이전, 국토개발 등 업적을 1년 동안이나 다룬다고 하니 현 대통령이 내려 보낸 KBS 사장이 계속 놔두겠느냐”(ka2sar) “소재 고갈보다는 외부 압력으로 결론을 내렸다. 알권리 탄압이다”(최도식) 등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편성본부장은 “‘역사스페셜’의 포맷으로는 이야깃거리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발굴, 정부기록보존소’에서 다루려 했던 내용을 수용해 현대사를 풀어나갈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KBS 공영성의 상징적 프로그램이었던 역사 다큐멘터리 ‘역사 스페셜’. 최근 현대사를 의욕적으로 추적하던 이 프로그램이 돌연 폐지돼 그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사진제공 KBS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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