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약손요법 보급 한국약손연구회 대표 이동현씨

  • 입력 2003년 5월 25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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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손요법의 기본은 애정 어린 접촉입니다.” 이동현 선생이 손수 약손요법의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원대연기자
“약손요법의 기본은 애정 어린 접촉입니다.” 이동현 선생이 손수 약손요법의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원대연기자
아픈 배를 만져주던 할머니의 손, 열로 펄펄 끓는 이마를 짚어주던 어머니의 손…. 아이들은 아픔도 잊어버리고 스르르 잠이 든다. 그래서 할머니와 어머니 손은 약손이라고 했다.

한국약손연구회 대표인 이동현(李東鉉·78) 선생은 이런 약손의 의미가 현대인들에게서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깝다. 그에게 약손은 정서적 상징을 뛰어 넘어 과학이다.

22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정신세계사 사무실 안쪽의 널찍한 방. 간이침대를 사이에 두고 2명씩 짝을 이룬 10여명의 수강생들이 상대방의 몸을 주물러 주고 있었다. 그가 진행하는 약손요법의 강습 현장이었다. 누르고 쓸어내리다가 짚어주고…. “후우∼우” 하고 내뱉는 긴 숨과 함께 그의 이마에는 이내 구슬땀이 맺혔다.

“약손요법은 손의 테크닉을 위주로 하는 마사지와는 다릅니다. 정성을 담아 몸 전체에서 나오는 힘을 전달하는 거예요. 잔재주가 없는 투박함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죠.”

약손요법은 한국의 전통적인 약손 정신에 기공의 방식, 경락 이론을 결합시킨 일종의 맨손 건강요법이다.

러시아 문학가이자 한국외국어대 교수였던 그가 이 분야에 눈뜨게 된 것은 1970년. 한 친척을 간병하다가 접한 침술의 원리가 그를 사로잡았고 혈맥과 기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74년 노문학자의 길을 접고 홍콩으로 건너간 뒤 중국의 추나요법과 일본의 지압, 스웨덴식 마사지 등을 섭렵해 나갔다. 지금까지 몸을 만져본 사람은 수만명. 홍콩 국제기공학회 대표와 한국기공연합회 회장 등을 지내면서 연구에 몰두했지만 ‘우리 것’이 없다는 아쉬움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때 발견한 것이 한국 고유의 약손 정신이었다.

“약손요법의 기본은 애정 어린 접촉이에요. ‘사랑 나눔’이라고 부를 수 있죠. 잔병이나 피로 스트레스를 없앨 뿐 아니라 마음의 병까지 달래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터치(touch) 요법의 효능이 화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어요.”

이 선생은 “손만 쓸 줄 알면 봉사의 기회도 많아진다”고 했다. 최근에는 약손요법을 배워간 간호사들이 말기 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해오기도 했다.

그는 최근 서울시에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예술’ 진흥사업비 지원을 신청했다. 늦기 전에 약손요법을 더 확대 보급하기 위해서다. 약손요법을 한국의 브랜드로 세계에 내놓기 위해서 ‘YAKSON’이라는 영어 표기도 만들었다.

“약손요법을 구체화시킨 책도 쓰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새벽 4시까지 썼죠.”

나이를 무색케 하는 그의 체력도 약손요법의 효험인 듯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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