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매거진 동화속 '어머니 부재' 원인 분석

  • 입력 2003년 5월 18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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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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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정글북’의 모글리, ‘캔디캔디’의 캔디….

오랫동안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들의 공통점은 모험과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그리고 어머니가 없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 매거진은 11일자에서 “생기발랄하고 모험이 넘치는 동화에서는 아이가 위험에 빠질까봐 일일이 신경쓰는 ‘정상적인’ 어머니가 있으면 안 되는 듯하다”고 동화속의 주인공과 어머니 부재의 관계를 다뤘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등 고전동화에는 어머니가 없는 주인공이 많다. 어머니가 있어도 ‘빨간모자’에서처럼 아이가 밖으로 나오거나, 어머니가 집을 비울 때에야 비로소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들 동화의 주인공들은 갖가지 고난을 스스로 헤쳐나가며 성장한다.

예전에는 출산 중에 죽는 여성이 많아 실제로 어머니 없는 아이가 흔했을 것이다. 그런데 산모의 사망률이 급감한 근현대의 동화 속에서도 어머니는 여전히 부재중일 때가 많다.

이와 달리 아버지의 존재 여부는 그다지 큰 변수가 아니다. 이 잡지는 아버지가 원래 어머니보다 아이의 삶에 깊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로 못된 계모가 등장하는 고전동화에서도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 발 물러서는 엄마

워싱턴 포스트 매거진에 따르면 60년대 미국 어머니들은 직장이 없어도 오히려 지금보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다. 또 그 시대의 극성 엄마들도 오늘날 엄마들의 극성은 따라갈 수가 없다.

요즘 미국 어머니들은 등굣길 동반부터 시작해 방과 후 예능이나 스포츠 등 각종 과외 공부를 시키는 동안 반드시 누군가 아이와 함께 있도록 신경을 쓴다. 범죄 발생 빈도 등의 각종 수치에 따르면 미국 사회가 70년대보다 안전해졌는데도 부모들이 과도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

이 잡지는 어머니 부재의 동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아이들의 모험심과 자립심을 기르기 위해 과잉보호보다는 때로 자녀들로부터 한발 물러서주는 것이 낫다고 결론을 맺는다.

#한국 동화에서 어머니는 어디에?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접하는 동화와 만화에도 어머니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전래동화의 경우 심청전 장화홍련전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외환위기 등의 사회변화를 반영해 어머니 없는 가정이 등장하는 동화작품이 늘어났다. 한편 로봇 애니메이션에는 과학자 아버지가 만든 로봇을 타는 주인공들이 곧잘 등장한다. 예를 들어 ‘로봇 태권V’의 훈이가 그렇다. 결국 아버지가 모험의 수단을 제공하는 동안 어머니의 역할은 미미하다.

한국과 서양은 ‘개인’과 ‘가족’에 두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양식에도 차이가 있다. 동화작가 겸 평론가 김서정씨는 “서양동화에는 가정에서 사회로 나가는 구도가 많으나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을 떠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한국동화에서는 아이 혼자서 모든 판단을 하는 경우가 적고 어머니는 아이를 이끌어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동문학 평론가 김용희씨는 “한국 동화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강하게 나타나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6·25의 영향으로 창작동화에는 오히려 아버지 없는 아이가 많았다”고 말했다. 후자의 예로 ‘몽실언니’(권정생) ‘아부지 아부지’(구은영) 등을 들 수 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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