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곰같은' 콩팥…90% 망가져도 '이상신호' 안보내

  • 입력 2003년 5월 18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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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인공신장실에서 이 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왼쪽)와 간호사가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인공신장실에서 이 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왼쪽)와 간호사가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주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혈액의 노폐물을 거르는 투석(透析)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이 콩팥 질환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콩팥은 80∼90% 망가질 때까지 아무런 증세가 없어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린다.상당수 사람은 대표적 콩팥 질환인 ‘만성 콩팥기능 저하증’을 극소수만 걸리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100명에 1.3명이 걸리는 흔한 병이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만성 콩팥기능 저하증 환자는 국내에 60여만명. 서구식 식생활과 함께 당뇨병 고혈압이 늘어나면서 환자가 매년 15∼20%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콩팥이 80∼90% 파괴돼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말기 콩팥기능 저하증 환자도 3만여명에 이른다.

콩팥질환을 노인 질환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한창 나이인 30, 40대에 생겨 수 십 년을 고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콩팥질환은 개인과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파괴할 정도로 무서운 병이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당뇨-고혈압환자 검사 정기적으로

▽콩팥의 기능과 손상=콩팥은 혈액의 노폐물을 거르는 장소여서 흔히 ‘인체의 필터’로 알려져 있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다기능 인체 조절 시스템’이다.

콩팥은 혈압, 수분, 전해질, 산성도 등을 조정한다. 또 비타민D를 활성화하며 적혈구를 만드는데 방아쇠 역할을 하는 호르몬도 만든다.

콩팥은 약물을 다량 복용하거나 출혈, 수술, 특정 질환 등으로 인해 나빠지는 ‘급성’과 서서히 나빠지는 ‘만성’으로 구분된다.

급성은 수액주사 투여나 투석, 약물 치료 등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음식은 싱겁게 고기섭취 적게

문제는 만성인데 △당뇨병으로 인한 콩팥염 △면역시스템이 고장 나 모세혈관이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혈액의 노폐물을 거르는 장소인 ‘사구체’를 공격하는 사구체 신장염 △고혈압으로 인한 콩팥염 △약물중독으로 인한 콩팥염 등의 순으로 많다.

▽투석과 이식=입에서 소변 냄새가 나거나 구토 등이 생길 때에는 투석을 해야 할 때가 많다.

투석은 한번 받기 시작하면 대부분 평생 받아야 하므로 투석 대상자는 대부분 처음에는 ‘인생 끝’이라며 낙담하지만 제대로 받기만 하면 삶의 질을 정상인의 80%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

투석은 두 가지가 있다.

혈액투석은 환자의 피를 빼내 정화한 뒤 다시 몸 안에 넣는 것으로 투석전문병원에서 받는다. 수술로 팔에 특수한 혈관을 만들고 2∼4주 뒤부터 매주 2, 3번 정도 한번에 4∼5시간 동안 투석을 받는다. 이 때 분당 20mL의 혈액을 빼내 투석기를 통해 정화한 뒤 다시 환자의 몸 안에 넣는다.

반면 복막투석은 수술을 통해 복강(腹腔)에 관을 삽입한 뒤 하루 네 차례 매번 15분 정도씩 2L의 투석액을 관을 통해 넣었다가 6시간 뒤에 버리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피 속의 노폐물이 투석액으로 빨려 들어가 피가 정화된다.

직장에 다니는 환자들은 밤에 저절로 혈액이 투석되는 ‘자동복막투석기’로 비교적 간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

그러나 투석은 영구적이지 않은 만큼 이식수술을 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식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간염, 심장병, 뇌중풍 등 다른 합병증이 있거나 고령이면 수술을 받지 못한다.

▽예방법=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는 각각 혈당과 혈압을 잘 관리해야 병을 예방할 수 있다.

증세가 없더라도 이들 병의 환자와 노인,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3∼6개월 마다 소변 및 혈액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조기에 치료하면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상황까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때에는 음식을 싱겁게 먹고 고기를 적게 먹어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시행한다. 그러나 고기를 아예 먹지 않으면 아미노산이 부족해지므로 최소량은 섭취해야 한다. 또 의사와 상의해 콩팥에 영향을 주는 약의 복용을 피하고 콩팥을 보호하는 약을 복용한다. (도움말=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김순배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콩팥의 위험신호 ▼

①소변을 볼 때 화끈거리는 느낌이 드는 등 불편하다.

②밤에 소변을 보기 위해서 일어나는 일이 계속 된다.

③소변에서 거품이 많이 나오거나 소변 색깔이 오렌지색으로 바뀌었다.

④눈 주위 또는 팔다리, 손발이 붓는다.

⑤늑골 바로 아래쪽 배나 등, 옆구리가 아프다.

⑥소변 검사에서 단백뇨, 요잠혈 등의 소견이 나왔다.

⑦피로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구역질이 난다.

⑧빈혈 증세 때문에 어지럽다.

⑨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다.

⑩입에서 소변 냄새가 난다.

▼콩팥기능 저하증 환자의 일반적 식사 수칙 ▼

①고기,생선,계란,우유를 적게 먹어 단백질 섭취를 일반인의 절반 정도로 줄인다.

②투석을 시작하면 단백질을 투석전보다는 좀 더 많이, 일반인보다는 적게 섭취한다.

③짬 음식을 먹지 않는다.

④수분을 덜 섭취하기 위해 물 대신 얼음을 먹고 양치질할 때는 얼음물로 입을 헹군다.

⑤곡류나 설탕, 기름 등을 충분히 섭취한다.

⑥현미, 콩 등 잡곡류와 육류,콩류, 탄산음료, 우유, 치즈, 피자, 햄버거 등 인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적게 먹는다.

⑦야채는 부피 10배 이상의 미지근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그거나 5배 이상의 뜨거운 물에 데쳐 포타슘을 배출시킨 뒤 먹는다.

⑧개인마다 식사 원칙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식사법에 대해 수시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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