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철교수의 性보고서]"숨기려 들면 더욱 죽는다"

  • 입력 2003년 5월 18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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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발표한 ‘건강과 사회생활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19%와 30대 남성의 17%가 성행위를 잘 해낼까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20대 남성의 7%, 30대 남성의 9%가 발기부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남성에서도 예상 밖으로 성적 문제가 많다.

젊은 남성의 발기부전은 중년 이후의 남성보다 더 가정파괴적이다.

우선 자신의 장애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아내가 뚱뚱하다든가 성적 매력이 없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는 주위에서 병원을 찾도록 권유해도 결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자신의 결함이 밝혀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부인이나 장모가 정력에 좋다는 보약을 갖다 바쳐도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므로 주위 사람들은 더욱 애가 탄다.

남성을 회복할 자신이 없어 보약을 먹은 뒤에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변명할 여지가 없으니까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귀가하더라도 대화를 회피하며 먼저 자버리기 일쑤다. 자연히 부부간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결국 파경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30대 후반의 남성과 결혼한 김모씨(30)가 1년이 지나도록 남편이 자기 곁에 올 생각을 하지 않자 잠옷도 바꿔보고 화장도 바꿔보고 향수도 뿌리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이 여성은 오빠에게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오빠는 자신이 권유한 결혼이므로 매제에게 병원을 찾도록 통사정했다. 그러나 매제는 ‘직장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1년 가깝게 미루다가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던지 병원을 찾았다.

필자가 이 남자에게 ‘결혼을 했으면 남자로서 할 일이 있는데 왜 부인 곁에 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검사를 위해 예약을 했지만 이 사람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필자는 이런 행동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필경 검사결과가 두렵기 때문에 병원에 오지 않은 것이다. 이 두려움이 치료 가능한 질병의 치료를 막는 걸림돌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김세철 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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