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佛화가 포티에와 합동전시회 김성종 추리문학관장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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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성종씨는 어려움을 겪고있는 추리문학관 운영에 대해 “나무에 물을 주는 것처럼 대가는 없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조이영기자
작가 김성종씨는 어려움을 겪고있는 추리문학관 운영에 대해 “나무에 물을 주는 것처럼 대가는 없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조이영기자
얼마 전 추리문학관(부산 해운대구 중2동)에서 초대장이 날아 왔다. 추리작가 김성종(62)이 프랑스 화가인 장 피에르 포티에와 합동 전시회를 연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뿐. 두 작가의 약력 외에는 전시회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맞혀보라는 듯.

전시회의 ‘오프닝 파티’가 열리는 날, 추리문학관을 찾았다.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 곳은 92년 김성종이 사재를 털어 세운 전문도서관이다. 3만5000여권의 장서와 322석의 열람실을 갖추고 있다.

전시공간은 2층 열람실에 있었다. 대도시의 음습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포티에의 그림과 김성종의 친필원고, 작가노트, 필기구를 비롯해 등단 무렵부터 모아 온 신문 스크랩, ‘일곱 개의 장미송이’ ‘여명의 눈동자’ ‘제5열’ 등 그가 펴낸 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스터리’를 주제로 문학과 그림이 만난 자리였다.

‘2000.4.19 거센 비바람 혼자 술 마시다’라고 흘려 쓴 다이어리, ‘이 소설을 이 세상의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바친다’ ‘혹시 이것을 주으신 분이 계시면 독서신문사 편집국 金성종 기자 앞으로 연락해주십시오. 크게 한 턱 내겠읍니다’라고 쓴 등단작 ‘최후의 증인’ 초고에 눈길이 갔다. 오랜 작가 생활의 이면(裏面)을 엿볼 수 있었다.

추리문학관이 운영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요즘 형편을 물었다. 그는 “나무에 물을 주는 것처럼 대가는 없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하더니 이내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으로는 사실 힘들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빈털터리가 다 됐지. 개인이 운영하는 도서관을 국가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니. 한때 다 그만 둘까 했는데, 이제 문 닫기는 억울해서….” (웃음)

그는 어려운 가운데도 ‘추리문학의 밤’, 추리여행 및 사진전, 문인 초청 강연회 등을 꾸준히 열어 왔다. 작가의 꿈은 문학관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제 역할을 해냈으면 하는 것이다.

“해야 하는 일인데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더라도, 다들 ‘탤런트 할 거다’라고 하지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젊은이들의 목표가 단순화된 것 같습니다. 문학 미술 등 예술분야도 마찬가지예요. 문학의 경우, 평론가들의 눈길이 집중된 순수문학에만 인적자원이 치중돼 있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추리작가의 수는 고작 10여명에 불과합니다. 일본은 무려 700명에 이르는데 말예요.”

그동안 문학관 일 탓에 도무지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는 그는 본격적으로 작품 집필에 빠져볼 생각이라고 했다.

“추리소설도 이제는 고전 스타일에서 벗어나 무기 에너지 전쟁 스파이 등 여러 분야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톰 클랜시가 쓴 ‘붉은 10월’처럼 질과 대중성을 확보한 작품을 우리도 만나게 될 겁니다.”

부산=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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