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길교회 홍광일 목사 "이웃사랑, 함께하면 더 큰 힘"

  • 입력 2003년 5월 2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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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일 목사는 “‘사랑의 지팡이’ 운동이 사회복지와 구제의 모범 사례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홍광일 목사는 “‘사랑의 지팡이’ 운동이 사회복지와 구제의 모범 사례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신자 수 50여명의 개척교회 목사가 전국 5000여곳에 민간사회복지 및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황당하고 무모한 시도처럼 보이지만 그의 말을 차분히 듣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경기 안양시 석수3동 충훈시장 옆 4층짜리 좁은 상가건물에 세 들어 있는 길교회. 이 교회의 홍광일 담임목사(38)가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돈키호테다.

그는 2월 출범식을 가진 사단법인 볼런티어크로스의 이사장. 볼런티어크로스는 이미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등 8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후원명칭 사용을 허락받았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합동정통, 개혁국제 및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 등이 가맹돼 있다. 인천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가 명예총재로 취임하는 등 개신교 내 유력인사들이 이 법인에 관여하고 있다. 이 많은 단체와 인사들이 어디에 매력을 느낀 것일까.

볼런티어크로스가 목표로 하는 활동은 노인복지를 위한 ‘사랑의 지팡이’ 운동. 길교회를 중심으로 그가 이미 3년간의 실험을 거쳐 나름대로 검증한 방법이다. 먼저 동네 노인들에게 경로카드를 발급한다. 경로카드를 가지고 가면 주변 상가를 이용할 때 정가의 10∼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

2000년 3월 교회를 개척한 그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 신도 몇 명을 교회까지 차로 모셔다 드리는 일을 했다. 그 노인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인근 이발소는 비싸서 못가고 사회복지관에서 이발을 하는데 오가는 일이 너무 불편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동네 N이발소 주인을 찾아가 “노인 손님의 이발료를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고 이발소 주인도 흔쾌히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는 이어 청과물 가게, 세탁소, 중국집, 병원 등으로 무대를 넓혀나갔고 그해 8월 말 19개 가게와 함께 ‘석수3동 경로망’을 구성했다. 길교회에서 발행한 경로증을 가져오면 할인혜택을 주는 것이다.

지금은 가맹 가게가 30여개로 늘었고 경로증을 가진 노인은 100여명에 달한다.

길교회 바로 옆 청과점 주인 김서운씨는 “하루 평균 15명의 노인들이 과일을 사러 오면 20% 정도 깎아준다”며 “다 아는 동네사람들이라서 정말 살림이 어려운 노인들에겐 절반 값에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나마 쥐꼬리만한 여유라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어 독거노인 방문, 푸드뱅크 등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교인은 물론 안양시와 연계해 자원봉사자를 확보했다. 이때 번쩍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자원봉사자에게도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대부분 헌신적이지만 수가 적다보니 꾸준히 하기 힘들고 일이 많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많은 봉사자를 끌어들이려면 뭔가 혜택이 필요한데 경로망을 통한 할인혜택을 봉사자에게도 주자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학원과 패스트푸드점 등을 할인업체로 끌어들인 것은 봉사자를 위한 것. 이렇게 자원봉사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자 자원자가 많아졌고 기존 봉사자의 부담도 줄어들면서 봉사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볼런티어크로스에 가맹하겠다며 상담을 받은 교회는 모두 130여곳. 현재 가맹한 교회는 14곳이고 조만간 6, 7곳이 더 가입할 예정이다.

그의 목표는 2006년까지 전국 5612개 읍 면 동마다 사랑의 지팡이 운동을 담당할 교회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

“5600여곳에 모두 생길 순 없겠죠. 하지만 읍 면 동마다 수십개씩 있는 교회 중 하나만이라도 이 운동에 동참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거대한 조직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읍면동 단위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운영만 잘하면 됩니다. 예산이래봐야 최고 월 200만원 정도일 텐데 십시일반으로 도우면 가능합니다.”

그는 고려대 지리교육과 3학년 때 하나님을 받아들인 뒤 총신대 아세아신학대 등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길교회를 개척했다. 비록 수도권 변두리에서 조그만 교회를 개척해 있지만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이웃사랑 없이는 하나님의 사랑도 없다’는 모토 아래 원대한 꿈을 현실로 이뤄내고 있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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