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마라톤, 무리해서 뛰다간 십리도 못가 발병

  • 입력 2003년 4월 27일 17시 20분


코멘트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마라토너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은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마라토너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마라톤 동호인들이 대회에서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마라톤은 제대로만 하면 더없이 좋은 운동이지만 가볍게 보다가는 각종 부상에 시달리고 심지어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이므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는 “마라톤으로 숨지는 경우는 대부분 심장병이 있는 사람이 모르고 있다가 무리한 경우”라고 진단했다.

▽사고의 원인=최근 경기도의 한 대회에 참가했다가 숨진 김모씨(45)의 경우 본인은 잘 몰랐을지 모르지만 심장이 좋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즉 평소에 혈관 내에 핏덩어리(혈전·血栓)가 있는 사람이 마라톤을 하면 근육세포가 끊임없이 산소를 요구해 심장은 평소보다 훨씬 부지런히 뛰며 혈압이 올라간다.

이를 ‘운동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핏덩어리가 떨어져나가기 쉬운 상태가 되며 떨어진 덩어리가 심장동맥을 막으면 심장이 마비되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과로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부상의 원인이 되지만 심장마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피로할 때 가벼운 운동을 하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되며 이는 ‘액티브 리커버리(active recovery)'라고 부른다.

추운 날씨에는 심장혈관이 더 좁아지기 때문에 운동 고혈압이 촉진된다.

▽워밍업과 쿨링다운=마라톤에서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사고 예방에 필수적이다. 일반적으로 마라톤 사고 사망자는 10㎞나 하프 코스에서 많이 생기는데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만 제대로 하면 예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운동 뒤 서서히 뛰는 쿨링 다운이 없이 멈추면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사람은 심근경색이 오기 쉽다.

▽제대로 알고 뛰자=을지대 의대 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심장에 탈이 생기면 몸은 신호를 보내는데 이를 무시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일부 마라토너는 섣부른 상식 때문에 화를 자초하곤 한다”고 말했다.

즉 심근경색의 신호를 마라토너가 달릴 때 느끼는 황홀감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근육에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여 통증이 생기는 ‘사점(死點)’등과 혼동하는 것. 러너스 하이는 몽롱한 느낌이 들며 가슴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지는 않는다.

또 초보자는 사점을 경험할 만큼 뛰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마라톤의 기본 원칙이므로 가슴이 심하게 아프면 무조건 서서히 멈추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고 예방법=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심장이 정상인지 확인해야 한다. 즉 △의사가 이전에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한 경우 △달릴 때 가슴 통증, 두근두근하거나 답답한 느낌을 느낀 경우 △고혈압, 당뇨병 환자 △운동 중이나 후에 어지럼증을 느낀 경우 △달릴 때 근육, 뼈, 관절에 불편함을 느낀 경우 △오랫동안 과음, 흡연을 한 경우 △심장병 뇌중풍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엔 병원에서 운동처방을 받고 뛰도록 한다.

마라톤은 심장병 유무를 떠나 각종 부상이 생기기 쉬운 운동이므로 사고 예방 수칙을 지키며 운동해야 한다.

우선 제대로 된 동호회에 가입해 달리는 것이 좋다.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오랫동안 운동과 담을 쌓았던 사람은 걷는 운동부터 시작해서 2∼5㎞를 쉬지 않고 걸어본 다음 불편하지 않으면 가벼운 조깅부터 시작한다. 처음에는 시간을 조금씩 늘리고 거리를 늘리지 않는다. 1주일에 운동량을 10% 이상 늘리지 않도록 한다. 또 섣불리 경주에 참가하지 않아야 한다.

비만인 경우 3, 4개월 꾸준히 걸어 살을 빼고 다리 근육을 강화한 뒤 달려야 한다. 어린이는 장거리를 달리면 성장에 장애가 오므로 △11세 이하는 3㎞ △12, 13세는 5㎞ △14∼16세는 10㎞ 이하를 뛰도록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무릎 아플땐 넓적다리 강화운동▼

달리기 부상은 무릎과 발에 주로 생기고 엉덩이와 사타구니, 허리가 아픈 경우도 적지 않다.

부상이 생기면 우선 관절염, 척추질환의 유무를 확인하고 이런 질환이 아니면 일단 쉬면서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증세가 가벼워져 뛰고 싶을 때에는 달리는 시간, 강도, 횟수를 줄여야 하며 다치기 전보다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에 2배 이상의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운동 부상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 이처럼 부상을 무시하고 달리면 뼈가 부러지거나 힘줄, 인대가 상해서 영영 뛸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통증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 때 스트레칭은 부상의 회복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다음은 부상 부위별 스트레칭법.

▽무릎이 아플 때=‘넓적다리 강화운동’을 한다. 아픈 쪽 다리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찬 채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쭉 펴고 굽히는 것을 되풀이한다.

▽발바닥 뒷부분이 아플 때=발바닥의 힘줄을 싸고 있으면서 충격을 흡수하는 일종의 스프링격인 건막에 염증이 생긴 ‘족저건막염’일 가능성이 크다. 아침에 일어나서 첫발을 디딜 때나 오랫동안 앉았다가 일어날 때 특히 아프다.

초기에는 ‘아킬레스건 스트레칭’을 한다. 벽에 손바닥을 대고 자연스럽게 선 다음에 아픈 발을 어깨 넓이만큼 뒤로 빼고 앞다리는 약간 구부린 다음 몸을 벽 쪽으로 민다. 이때 양발바닥은 붙여야 한다. 1회 25번씩 하루 3, 4회 한다.

골프공이나 차가운 캔을 발바닥 앞에서 뒤꿈치 쪽으로 굴리는 것을 수시로 해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특수 깔창을 깐 신발을 신으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낫는다. 그러나 통증을 무시하고 무리해서 뛰면 마라토너 황영조, 이봉주처럼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발목이 아플 때=아픈 쪽 한발로 서서 힘차게 팔을 흔들며 걷는 ‘노르딕 스트레칭’을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