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의 아버지’ 프뢰벨의 고향 독일 튀링겐주 유치원

  • 입력 2003년 4월 22일 16시 55분


코멘트
7일 독일의 교육사상가 프리드리히 프뢰벨의 고향 바트 블랑켄부르크에 있는 프뢰벨박물관에서 인근 프뢰벨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춤을 추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어린이들’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노래와 춤으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바트 블랑켄부르크=김진경기자 kjk9@donga.com
7일 독일의 교육사상가 프리드리히 프뢰벨의 고향 바트 블랑켄부르크에 있는 프뢰벨박물관에서 인근 프뢰벨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춤을 추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어린이들’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노래와 춤으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바트 블랑켄부르크=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독일이 통일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옛 동독지역인 튀링겐주를 중심으로 교육사상가 프리드리히 프뢰벨의 유아교육론을 실천하려는 유치원들이 늘고 있다. 어린이의 창조성을 강조하며 1840년 자신의 고향인 이곳에 세계 최초의 유치원 ‘킨더가르텐’을 세운 프뢰벨의 교육사상이 21세기 교육이념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 박물관으로 변한 최초의 유치원

튀링겐 레지던트(왕이 거주했던 곳)인 하이덱스부르크성 아래 자리잡은 바트 블랑켄부르크. 시청광장에서 북쪽으로 난 계단을 오르면 ‘창고 위의 집’이라 불렸던 최초의 유치원 ‘킨더가르텐’이 나타난다.

3층짜리 건물은 현재 프뢰벨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1층이 기획 전시실, 2층이 ‘은물(Spielgaben)’ 전시실, 3층은 유품 전시실 겸 세미나실이다.

위부터 ▼프뢰벨박물관 ▼프뢰벨생가 ▼프뢰벨유치원

세계 최초의 교육장난감인 ‘은물’이 그의 유아교육론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는 프뢰벨박물관이 2층 전체를 은물에 할애한 것을 보고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프뢰벨은 자신의 여러 논문에서 어린이가 은물을 가지고 노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다음은 어린이가 작은 정육면체 8개로 구성된 정육면체(제3은물)를 가지고 노는 상황 묘사.

“두살짜리가 정육면체의 은물을 갖고 놀면서 모양과 형태와 색과 무게를 살펴보고 나서(관찰) 정육면체를 해체하더니 다시 결합하려고 한다(행위). 어린이는 새로운 특징이나 사용법을 찾아내기 위해 형태를 바꾸려고 한다. 어린이는 쉬지도, 지치지도 않고 오랫동안 ‘창조’하고 싶어한다.”

마르기타 록슈타인 박물관 관장은 “동독시절 여성들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치원을 많이 세웠으나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프뢰벨 교육론을 실천하지는 못했다”며 “오히려 요즘에 프뢰벨 교육론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뢰벨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뒤셀도르프대 헬무트 하일란트 교수(교육철학)는 프뢰벨 교육론에서 ‘자발성’과 ‘창조성’을 모두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뢰벨은 유아교육 방식으로 놀이를 생각했다. 20세기에는 그의 교육론의 요체를 ‘자유로운 놀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뢰벨 교육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9세기 ‘프뢰벨의 유치원 운동’에 주목해야 한다. 수학 자연 언어가 프뢰벨이 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기초교양의 기본영역들이다. 프뢰벨은 감각적인 것(놀이)으로부터 형이상학적인 것(교양)으로 이끌고자 했다.”

# 바트 블랑켄부르크의 프뢰벨유치원

프뢰벨박물관에서 시청광장을 지나 베링가 맞은 편에 자리한 프뢰벨유치원. 2층짜리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데 오른쪽 건물은 3∼5세를 위한 유치원, 왼쪽 건물은 1∼2세를 대상으로 한 탁아소(크리페). 벽에는 ‘자, 우리 어린이들과 함께 살아보자’는 프뢰벨의 구호가 씌여 있다.

오전 6시에서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8일 오전 7시 40분 이곳으로 유모차에 타거나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어린이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탈의실에서 부모들은 아이가 실내화로 갈아신고 외투와 겉바지 벗는 것을 도와주었다. 속바지 차림도 있었으나 타이즈만 신은 채 2층 자신의 반으로 올라가는 아이가 많았다. 두살짜리 남자아이는 감기에 걸렸는지 외투를 벗으며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독일에서는 아이를 결코 나약하게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 실감났다.

전염병을 앓고 있으면 쉬게 하지만 그냥 아플 경우엔 오전 8시에 데려오면 된다. 탁아소에서는 24명의 유아를 3명의 교사가 돌보고 있다.

건너편 유치원의 어린이는 120명. 한 반이 20명 정도다. 오전 8시에 아침을 간단히 먹고 오전 8시30분부터 11시까지 놀이와 작업. 다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실내와 정원에서 놀이를 한다.

오전 놀이와 작업은 그리기 색칠하기 만들기 종이접기 엮기 놓기 찌르기 수놓기 노래 춤 체조 쌓기의 형태로 진행된다. 읽기 쓰기 셈하기는 가르치지 않는다. “놀이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며 진지하고 심오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프뢰벨의 교육론에 근거한다.

자유시간이 되자 5세 ‘딱정벌레 반’ 어린이들은 삼삼오오 구석으로 들어갔다. 헬러와 카린은 다른 여자아이들과 인형놀이를 시작했고 요하나와 루츠는 색종이를 접어 갖가지 모양들을 만들었다. 슈테판과 볼프강은 정육면체와 직육면체 은물들을 쌓아 성을 짓는 데 몰두했다. 막대모양의 은물을 늘어놓으며 벌레나 기차를 만드는 아이들도 있었다.

라이너 교사는 “작업시간뿐 아니라 자유시간에도 은물을 갖고 노는 아이가 많다”며 “여기서 교사의 역할은 은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할지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뒤쪽으로 널찍한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정원 안에 놀이터와 모래밭, 운동장이 있다. 정원에서 아이들은 식물을 가꾸는 작업을 한다. 그룹별로 밭에 라벤터 같은 약초나 양파 같은 채소를 심고 관찰한다. 땅 일부는 자연스럽게 풀이 자라도록 내버려두어 매년 다른 모습을 관찰토록 한다.

앙게리카 라이스 부원장은 “날씨가 좋으면 아이들은 맨발로 흙길 자갈길 바위길 나뭇가지 깔린 길을 걷는다”며 “자연에 대한 관찰과 탐색활동을 통해 인성발달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이순형 교수(아동학)는 “어린이들이 맘껏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부럽다”면서도 “전반적으로 프뢰벨 교육론은 수학 자연탐구 언어교육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지적(主知的)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이날 정인철 한국프뢰벨회장은 ‘프뢰벨학회’에 참석해 “한국에서도 젊은 부모들이 은물의 창의성과 논리성 교육 효과를 인식하게 되면서 은물 공급회사가 30군데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바트 블랑켄부르크=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