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550>司 正(사정)

  • 입력 2003년 3월 27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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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 正(사정)

司-맡을 사 甲-갑옷 갑 諫-간할 간

導-인도할 도 揚-드날릴 양 汚-더러울 오

한자에서 部首(부수·일명 변)는 한자의 뿌리에 해당한다. 따라서 모든 한자는 해당 部首의 뜻을 많든 적든 지니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口’(입 구)변으로 이루어진 글자는 모두 ‘입’ 또는 입의 기능(말하다, 노래하다, 먹다 등)과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名(이름 명), 吐(토할 토), 鳴(울 명), 唱(노래할 창), 呼(부를 호), 吃(먹을 흘) 등이 그렇다.

한자의 조상이리고 할 수 있는 甲骨文(갑골문)을 보면 司는 입(口)위에 오른 손(∋·手)을 대고 있는 모습이다. 즉 위의 가로로 나 있는 두 획(二)은 손가락이며 세로로 된 획(궐)은 팔목이다. 마이크가 없던 옛날, 목소리를 크게 하기 위해 입에다 손을 갖다 대고 말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司는 바로 그런 모습에서 나왔다. 따라서 司의 본디 뜻은 ‘命令(명령)을 내리다’가 된다. 그것은 여러 사람을 지휘하기 위해서다. 참고로 손(手)을 눈(目) 위에 갖다 댄 모습의 글자가 看(볼 간)이다. 햇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자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보는 것이다.

命令을 내린다는 것은 어떤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司는 자연스럽게 ‘맡다’, ‘담당하다’는 뜻도 가지게 되었다. 옛날 군대의 말을 맡았던 관리가 司馬(사마)였으며 諫言(간언)을 맡았던 관리가 司諫(사간), 회의를 주재하는 직책을 맡으면 司會(사회), 法의 집행을 맡으면 司法(사법), 도서관의 책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으면 司書(사서)가 된다.

한편 正은 一(일)과 止(지)의 결합이다. 一은 모든 수의 시작, 곧 근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至善(지선)의 존재이기도 하다. 곧 ‘至善에서 그치는 것’, 그것이 正인 것이다. 따라서 正은 ‘올바르다’, ‘眞理’(진리), ‘正義’(정의)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司正은 ‘올바른 것을 맡아서 하다’는 뜻이 된다. 곧 나쁜 것을 방지하고 올바르게 나아가도록 啓導(계도)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司正府(사정부)라는 것을 두어 공무원들을 감독, 감찰해 왔다. 司正의 역사가 오래 되었다는 것은 일찍부터 司正이 필요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렴결백한 관리는 淸白吏(청백리)라 하여 두고두고 表揚(표양)했던 반면 貪官汚吏(탐관오리)에게는 司正의 칼을 들이대어 바로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淸白吏보다는 貪官汚吏가 더 많았던 것 같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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